[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중원(中原)의 먹구름

〈제5보〉(63~82)=박영훈은 세계무대에서 3차례나 우승, 준우승 2번에 그친 천야오예에 비해 월등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LG배만 따지면 천야오예가 첫 출전한 2005년 대뜸 결승까지 올랐던 반면, 박영훈은 거의 개근하면서도 작년 딱 한 차례 4강에 오른 게 고작이었다. 박영훈과 LG배와의 악연은 이제 끝난 것일까. 천야오예는 자신의 출세 기반이었던 LG배에서 계속 연고권(?)을 주장하게 될까. 이 바둑에 1차 해답이 담겨 있다.

63에 막아 66까지 선수로 처리한 것이 현명했다. 63으로 참고1도 1 이하로 차단해봤자 귀의 백은 패(覇) 없이 산다. 69는 은근한 수. 마침내 흑의 속셈이 드러나고 있다. 좌중앙 백을 위협해 하중앙 흑세를 확장하겠다는 야심이다. 백 70은 안형(眼形)의 급소였고 73은 당연한 후퇴. 72 때 무의식적으로 '가'에 받았다간 백 '나' 때 난처해진다.

74는 수순(手順). 75도 좋은 수로 백 76, 78이 불가피하다. 참고2도 1로 버텼다간 흑 2로 백의 하변 일부가 절단된다. 81로는 '다'에 두어 중앙 집을 키울 수도 있지만 너무 노골적인 자작가(自作家) 수법이라고 보고 피했다. 당연한 백 82의 반격으로 중원에 전운(戰雲)이 무르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