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10억이 걸린 생존게임… 스릴 없는 스릴러

직업과 나이가 제각각인 사람 8명이 한 인터넷방송국으로부터 서바이벌 게임 초청장을 받는다. 호주에서 1주일간 벌어지는 게임에서 1등을 하면 상금 10억원을 받는다는 내용. 그러나 호주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이것이 단순한 게임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장 PD(박희순)는 탈락자를 무참히 살해하고 탈출을 시도하는 참가자들은 번번이 장 PD가 설치한 카메라에 노출된다. 결국 참가자 중 1명만 남기고 모두 죽음을 맞는다.

매우 흥미로운 시나리오를 가진 영화 '10억'(6일 개봉)은 소설로 옮겨도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가 됐을 법하다. 그와 맞먹는 기대를 갖게 한 이 영화는 그러나 가끔 잔혹하기만 할 뿐 긴장감은 없는 평범한 작품이 돼버렸다. 극악한 게임을 만들어 낸 PD의 분노와 복수심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고, 외부의 폭력 앞에 내분을 일으키며 또 다른 악마성을 드러내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내면에서 끌어내지 못했다.

과감한 생략과 빠른 편집으로 참가자 8명(박해일·신민아·이민기·정유미·이천희·고은아·유나미·김학선)을 소개하고, 바로 이들의 호주 도착 장면을 이어붙인 도입부는 무척 좋다. 호주 서부 퍼스 주변의 사막과 숲에서 찍은 자연경관도 그 뛰어난 풍광이 잘 묘사됐다. 그러나 호주의 절경을 보여주는 사이 이 영화는 스릴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심리 묘사가 헐거워졌다. 화려한 캐스팅과 뛰어난 촬영지,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합쳐져 지루한 스릴러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희순은 분장과 목소리만 악마 같을 뿐, 그가 사륜구동 자동차를 몰거나 망원경을 보는 장면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본 듯한 모습이다. 국가대표 수영선수에서 배우로 변신한 유나미는 밥 한끼 못 먹고도 국가대표 카약선수처럼 카약을 탄다. 욕망으로 미쳐 버린 이민기의 연기에는 '욕망'이 빠져 있다. 8명 중 6명이 살해당한 상황에서 박희순과 맞닥뜨린 신민아의 대사가 "당신 미쳤어?"인 것은 황당하다. 그걸 그때까지도 몰랐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