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김용화 감독 "내가 스포츠영화를 찍은 이유"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은 요즘 기분이 좋다. 영화 흥행이 순조롭다. 무엇보다 관객과 평론가의 평점이 잘 나와 고무적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김 감독은 "아직은 초반일 뿐"이라고 말했다. 흥행 뒷심에 자신있다는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태권소년' 출신이다. 15세 때 마산소년체전에 강원도 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훈련, 구타 등 당시 경험이 '국가대표'에 녹아 있다. 강칠구가 겁에 질려 활강을 포기한 동생 봉구를 다그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어느 대회에서 1라운드 마치고 돌아오니 코치가 두 뺨을 세게 때렸다. 너무 긴장해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라는,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

대학 때는 그룹사운드 보컬을 했다. 그 경험은 가수가 주인공인 '미녀는 괴로워'에서 활용했다. 그의 영화들이 리얼리티를 갖추고 있는 비결이다.

'국가대표'는 '미녀는 괴로워'가 상영 중일 때 구상했다. 처음엔 제작사 제의를 거절했다. "스포츠영화는 잘 만들기가 어렵다. 경기의 전문성과 박진감, 이야기를 조화시키는 게 힘들고, 대부분 플롯과 캐릭터가 전형적이어서 관객의 감정이입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다시 생각하니,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곧 마음을 바꿨고, 스키점프 대표선수들이 등장하는 1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며 구체화했다. "매력 있다"는 강제규 감독의 추천도 큰 힘이 됐다.

초고를 끝냈을 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하지만 일부러 보지 않았다. '킹콩을 들다'도 마찬가지다.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제작 과정은 길고 고통스러웠다. 진짜 대표선수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고, 세 차례나 해외에 나가 경기 장면을 직접 촬영했다. 발터 호퍼 국제스키연맹 경기감독관은 "스키점프 종목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나라에서 스키점프 영화를 만드는 거냐"고 놀라워하며 큰 도움을 줬다. 이젠 웬만한 전문가 뺨치는 수준이 됐다. 선수가 도약할 때 자세를 보면 몇 미터를 뛸 지 알아맞힐 정도다.

김 감독은 악전고투했다. 허리를 다쳐 화장실 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일주일간 휠체어에 앉아 지휘했다. 하정우는 손등뼈가 부러져 특수장갑을 끼고 촬영했고, 인대가 끊어진 배우도 있었다. 전북 무주의 한 한의원은 '국가대표' 스태프의 비공식 전용병원이었다.

'국가대표'는 사회의 비주류 청년들이 피나는 노력을 해서 뭔가를 이뤄내는 얘기다. 자칫 무겁고 비장해질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는 유머가 흘러넘친다. 김 감독의 연출 의도는 명료했다. "관객들은 현실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영화에서마저 고통을 확인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밝게 만들었다. 관객은 영화를 보고 위안을 얻고 즐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가대표'에는 웃음이 많다. 밥(하정우)이 방송에서 인심과 임신을 혼동해 어리둥절해 하고, 방 코치(성동일)가 "그럼 내가 아빠지 엄마냐"고 대꾸하는 것과 같은 대사, 코믹한 장면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이야기와 전문성, 유머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김 감독은 "인물들은 울지 않아도 관객의 심장을 건드리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