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막다른 오솔길

〈제7보〉(102~112)=두 기사가 마주 앉은 것은 이 바둑이 세 번째. 2006년 초 제6회 춘란배서의 첫 만남 때는 천야오예가 흑 불계로 이겼다. 그해 연말 제8회 농심배서 재회가 이뤄져 이번엔 박영훈이 설욕(흑 2집 반 승)했다. 경쟁 관계에 놓인 승부사들에게 1승의 값어치는 단순히 토너먼트에서의 생존이나 상금액수 차이로만 끝나지 않는다. 차후 또다시 만날 때 상대에게 꼬리를 내리게 하는 '엄포 효과'야말로 그들이 결코 져서는 안 될 이유다.

104까지는 흑의 선수 권리. 다시 105 이하 108까지도 백은 저항할 수 없다. 그래 놓고 109로 울타리를 치니 중앙 흑집이 최대한으로 들어섰다. 110도 고수(高手)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착점. 111을 강요하면서 선수(先手)로 중앙에 힘을 비축했다. 111을 생략하면 어찌 될까. 백은 그 자리로 당장 끊어간다. 참고도를 보자. 오솔길을 졸졸 타고 나가면 7에 이르러 흑은 다음 수가 안 보인다.

대망의 112가 백의 수중에 들어갔다. '끝내기의 박영훈'답게 종반 초입부터 벌써 손바람이 세차다. 112는 흑이 받아줄 경우 선수 6집, 흑이 딴청을 부릴 경우엔 '가'로 밀어서 '10집 플러스 알파'로 계산되는 곳이다. 여기서 흑은 과연 '가'로 받았을까, 손을 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