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전문가(專門家)

〈제9보〉(123~132)=60년대 일본 바둑계에선 금죽림(金竹林)이란 조어(造語)가 유행했었다. 김인(金寅) 오다케(大竹英雄) 린하이펑(林海峰) 등 동양 3국 미래 주역들의 이름자를 조합한 것. 요즘에 이를 패러디할 3총사 후보는 없을까. 중국 천야오예(陳耀燁), 일본 이야마(井山裕太), 한국 강동윤(姜東潤) 등 89년생 동갑 라이벌이 가능해 보인다. 합동 호칭은 동산진(東山陳)쯤 될까. 진(陳)은 진법을 의미하는 진(陣)의 뜻으로도 쓰인다.

"123으로는 '가'에 싹둑 끊고도 싶은데…." 한 사람의 의문 제기에 또 다른 누군가가 말없이 참고도의 수순을 늘어놓는다. 백 2가 맥점으로 8까지 흑의 한 수 부족이다. 끊는 수가 없음이 확인된 것. 124에서부터 쌍방 한 집을 다투는 치열한 끝내기 공방으로 돌입했다. 하지만 끝내기라면 박영훈이 최고 권위를 인정받아온 전문가 아닌가.

흑 125는 우상귀를 지키면서 주변을 강화하는 큰 곳. 백도 뒤질세라 126으로 흑세 파괴 겸 우변 확장에 나섰다. 127은 백세(白勢)도 견제할 겸 중앙 백 2점의 탈출을 방해하는 축머리. 128, 130은 이런 경우 선수로 득 보는 끝내기 요령이다. 그런 뒤 132에 붙여 노골적으로 우중앙 공지(空地)의 영토 편입을 선언했는데, 이 수는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