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이곳의 희귀한 유물들 모두 내가 모은 겁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도시축전 행사장에서 눈에 띄는 볼거리의 하나가 '세계 문화의 거리'이다. 유럽, 아프리카, 몽골, 미국 인디언 문화관, 고대 도시 문화관으로 꾸며진 전시관에는 세계 각국의 유물이나 민속용품, 생활용품 1만5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200년 된 네덜란드 악기, 100년이 넘은 유럽의 고가구, 남미 잉카 제국의 도시였던 마추픽추의 유물, 아프리카의 가족 막대기와 흙인형, 이집트 파라오의 인장, 중국 진시황제의 유물 등 일반 박물관에서조차 구경하기 쉽지 않은 희귀한 유물들이 많다. 이처럼 많은 희귀품들이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이게 됐을까.

전시작품들은 '세계 문화의 거리'를 총연출한 세계적인 전문 컬렉터(수집가) 김민석(金敏碩·54)씨의 소장품이다. 다소 작은 체구에 무전기를 들고 문화의 거리 전시관과 행사장을 오가며 전시와 공연, 퍼레이드, 외국 음식 시식 등 모든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는 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30여년간 세계 100여개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세계의 유물 10만여 점을 모았습니다. 이번 세계 도시축전을 통해 세계의 유물을 일반인들에게 선보이고, 모은 유물들을 한번 정리해보고 도 싶었습니다. 도시축전의 자문 역할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지요."

김씨는 전시 작품 외에 오랫동안 쌓은 외국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브라질의 삼바축제를 보여주는 리오카니발 공연단을 비롯해 아프리카 제례의식 춤을 보여주는 보보부족, 미국 인디언 후손, 루마니아 세라믹 공예가 등도 초청해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고대 터키의 트로이 목마와 베트남 수중(水中) 인형극도 김씨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는 일반인들이 세계적인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보석은 보석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나타납니다. 세계 문화의 거리에서 진귀한 유물을 찬찬히 살펴보면 진정한 세계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악이나 미술, 유물, 음식, 공연 등 평소에 관심이 있는 분야를 정해서 집중적으로 보는 것도 좋은 감상법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김씨는 1970년대 후반 군에서 제대한 후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고 했다.

"미국을 '기회의 땅'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태평양을 건너갔습니다. 미국의 다문화·다인종 사회에 충격을 받고 있던 차에 아는 사람 소개로 1980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사막의 꽃으로 불리는 장미석(모래가 굳어져 만들어진 화석)을 수집한 뒤 본격적으로 수집 활동을 하게 되었지요."

김씨는 "귀한 것이 있다면 지구 끝까지 간다는 각오로 작품을 수집했다"고 말했다.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코뿔소 뿔을 구하려다 붙잡히기도 했으며 권총 강도를 만나는 등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고 했다. 작품을 모으기 위한 돈을 어떻게 마련했냐는 질문에 김씨는 2대 8 원칙으로 작품을 수집했다고 했다.

"외국 물건을 산 다음에 20%는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나머지 80%는 다시 팝니다. 거기서 얻은 이익으로 다른 물건을 사들입니다. 한때는 미국의 청바지를 들고 아프리카에서 물건들과 교환해 '청바지 김'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김씨의 꿈은 세계적인 아트 빌리지(Art Village·예술촌)를 만드는 것이다. 세계적인 미술품이나 유물들을 교환하거나 거래하고, 작가들이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