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티스트로 돌아온 소지섭

"지금 위치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작품을 고르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 갑자기 단역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2007년 4월 제대 후, 첫 영화로 저예산 영화 '영화는 영화다'를 선택했던 소지섭이 이번에도 '의외의 선택'을 들고 왔다. 그가 택한 영화는 중국 대표 여배우 장쯔이와 호흡을 맞춘 '소피의 연애매뉴얼'(8월 20일 개봉).

소지섭의 첫 중국 진출작인 동시에 장쯔이의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 도전이기에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다. 결혼 두 달 전 남자친구 제프(소지섭)가 톱스타와 눈이 맞는 바람에 실연을 당한 만화가 소피(장쯔이). 영화는 남자친구를 되찾기 위한 여자의 좌충우돌을 보여준다.

13일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소지섭은 "항상 슬픈 역할을 많이 해서 밝은 연기도 해보고 싶었다"고 작품선택 이유를 밝혔다. "처음엔 주인공 '제프'가 쿨하고 멋있는 성격인 줄만 알았는데, 영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다 보니 점점 귀여운 느낌으로 굳어지더라고요."(웃음)

사실 소지섭의 역할은 처음엔 '카메오'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촬영을 하다 보니 연기 비중이 점점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소지섭의 모습을 좀 더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라면 비중이 너무 작아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는 "중국의 최고 배우들과 함께하는 만큼 비중보다는 그들과 얼마나 연기의 조화가 잘 되는가를 중시했다. 관객들도 우리들의 연기 앙상블을 좀 더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모든 대사를 100% 중국어로 소화한 소지섭이다. 그는 "촬영 내내 고생을 면치 못했다"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NG가 많이 나다 보니 상대배우한테도 무척 미안했죠. 사실 제가 하는 중국어 대사가 정확하진 않잖아요. 다행히 스태프들은 현장에서 웃지도 않고 많이 배려해 주더라고요. 뒤에선 많이 웃었을 거예요, 아마."

함께 연기호흡을 맞춘 장쯔이는 '소피의 연애매뉴얼'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 캐스팅 과정에서도 장쯔이가 소지섭을 적극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소지섭은 "장쯔이씨는 제작자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풍기지만 실제 성격은 주인공 '소피'와 비슷하다.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을 웃게 만드는 귀엽고 명랑한 성격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막상 연기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감정이입을 빨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감탄했다"고도 했다.

국내에서 이미 최고 스타로 대접받고 있는 그다. 굳이 외국에서 고생하면서 영화를 찍은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 내에서만 활동하면 '내가 언제까지 갈까'라는 생각에 좀 불안해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지섭은 "지금은 호수에서 강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단역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한다면 훗날 눈가 주름마저 소지섭답다는 인상을 풍기는 연기를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소지섭은 올해가 가기 전 일본 드라마에도 출연할 계획. "독특하고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라고 들었어요. 이번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공부도 좀 하려고요. 영어든 중국어든. 뉴욕으로 가서 자기 계발할 시간도 좀 갖고 싶어요. 계속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