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마지막 변신은 미술전시장

서울 경희궁 안뜰에 설치된 복합전시공간 '트랜스포머(Transformer)'가 이번에는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트랜스포머는 경희궁 앞 뜰에서 6개월간 진행되는 설치 프로젝트로 이탈리아 명품 그룹 프라다가 지원하는 프라다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가 구상한 트랜스포머는 4면체 형태의 임시건축물로 패션과 영화·미술을 주제로 이벤트가 바뀔 때마다 형태가 변했다. 트랜스포머는 패션무대와 영화극장의 형태를 거쳐 전람회장으로 변했고, 서울에서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해체될 예정이다.

트랜스포머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스웨덴 출신의 작가 나탈리 뒤버그가 작업한 《Turn into me》를 선보이는 미술전시장이다. 1978년생인 나탈리 뒤버그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은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미술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프라다재단의 제르마토 첼란트 예술총감독은 "나탈리 뒤버그는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예술의 새로움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작가 선정 이유를 밝혔다.

뒤버그의 설치물 속으로 들어가면 어두운 공간에 낯선 음악이 울린다. 고래 뱃속을 연상시키는 공간은 가학적인 영상이 등장하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다. 한쪽 면에는 금세 튀어나올 것 같은 눈동자가 그려져 있고, 바닥에는 용암인지 핏물인지 모호하게 그린 붉은 물결이 넘실댄다. 고인돌·감자·고래를 형상화한 오브제가 있고, 고인돌 내부에는 점토애니메이션이 돌아가고 있다. 뒤버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점토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폭력의 대상이 된다. 연약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여성이 잔인하게 당하는 모습은 관람객을 불편하게 한다. 어두운 공간 전체는 사람의 무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무의식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면서 관람객에게 전시 제목처럼 자신과 인간 내면을 들여다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랜스포머를 위해 방한한 뒤버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긴장됐다"면서 "창의적이면서 파괴적일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밝혔다. 뒤버그는 "관람객이 작품을 보면서 나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이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해석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탈바꿈하는 트랜스포머의 변신(變身)과 함께 변신을 또 한번 예술로 승화시키는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9월 13일까지. (02)737-4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