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불계승

〈제12보〉(165~206)=박영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러 가지다. 발군의 계산력, 대국 날 늦잠을 잘 만큼 여유로운 성격 등에 관한 얘기는 이미 했다. 또 하나 뺄 수 없는 것이 바둑에 대한 그의 애정이다. 박영훈에게 바둑이란 '피로회복제', '청량제'의 구실까지 한다. 프로 입단 당일에도 "다른 더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 도장을 찾아 대국을 즐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생업이 '특기'를 넘어서 둘도 없는 '취미'인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167로 백진을 유린했지만 흑집도 174 폭격으로 무너졌다. 누가 득을 봤을까. 167(8집)과 참고도 1, 3과는 비슷하되 167 쪽이 약간 더 크다는 결론. 175로 잡자 백은 진작부터 노리던 176, 178을 해치운다. 188로 따내 쌈지를 뜬 것 같으나 그전에 실컷 재미를 봐서 억울할 게 하나도 없다.

194는 역끝내기 4집. 199는 그냥 4집짜리. 끝내기 초입 때는 역끝내기를 일반 끝내기의 2배로 계산하는데 지금처럼 거의 다 둔 상황에선 큰 차이가 없다. 206에 이르러선 백의 승리가 확연해졌으나 천야오예는 무려 280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돌을 거두었다. 206수 이후는 무의미하므로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