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페이퍼진] 스포츠영화 붐..스포츠드라마는 왜 시청률 저조

94년 방영된 MBC 미니시리즈 '마지막 승부'는 스포츠 소재 드라마로는 드물게 대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젊은이들의 승부와 좌절, 사랑을 숨가쁘게 그려나간 농구 드라마로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 36.4%를 지켰다.

주연을 맡은 장동건, 심은하가 스타로 자리매김한 계기가 됐으며 전국적으로 농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장동건 심은하 외에 손지창 이종원 이상아 박형준 신은경 등이 출연했다.

올들어 스크린과 안방극장에 스포츠 소재 작품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기대 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MBC에서 한달간 방영된 야구소재 드라마 '2009 외인구단'은 당초 20회로 예정됐지만 스토리구성 및 시청률 저조 등을 이유로 조기종영(16회)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열정적인 세 남자의 꿈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트리플'(MBC) 역시 시청자 반응은 시원찮다. 이정재 민효린 이하나 이선균 등이 주인공을 맡아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한 자릿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6월 11일 연속 방송된 1, 2회는 전국 시청률 4.6%와 6.2%에 그쳤고, 지난달 23일엔 5.4%. '트리플' 방영 이후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7월 27일 첫 방송된 '드림'은 전직 야구선수 출신의 스포츠 에이전트가 소매치기를 격투기 선수로 성장시키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첫회 한 자릿수로 시작했다. 주연을 맡은 손담비의 연기호평 등 기대를 모으고 있긴 하지만 시청률 향배는 여전히 미지수다.

2008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410만명의 관객을 모았고 최근 개봉된 '킹콩을 들다'가 할리우드 대작들 틈바구니에서도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영화의 잇단 히트와는 대조적이다.

영화와 달리 스포츠 소재의 작품이 드라마에서는 왜 히트하지 못할까? 스토리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차이가 있다.

스포츠는 열악한 환경이나 냉혹한 현실 등 주인공이 겪는 아픔과 좌절,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 드라마틱한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가 이런 특성을 최대한 살려 극적 반전으로 이끄는 반면 드라마는 몇몇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2009 외인구단'은 야구 선수로서의 애환과 경기 장면의 팽팽한 긴장감이 사라지고 주인공들의 삼각관계가 중심부를 차지했다. '트리플' 역시 실제 스케이팅 장면은 거의 없고 주인공들의 직업과 배경만 스포츠라는 평을 듣고 있다.

또 영화는 핸드볼이나 역도 등 비인기종목을 성공신화로 이끄는데 반해 드라마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소재 선택의 한계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