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페이퍼진] 파워블로거 영화-드라마 이야기, '사랑 후에...'
입력 : 2009.08.17 17:55
독일 영화들이 딱딱한 영화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번 영화는 그 어느 영화보다도 감성을 더 자극하는 영화입니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입니다. 역시나 독일 영화답게 바라보는 시선은 건조하지만, 그렇기에 더 세밀하게 감성적인 포인트를 잡아낸다 할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가슴으로 우는 눈물을 몇번이나 흘렸습니다. 그 여운이 상당히 짙습니다.
감독을 보니 '파니핑크'의 '도리스 되리' 입니다. '파니핑크' 이 작품 역시 독특한 시각의 여성적 감성을 보여준 참한 영화였죠.
그러면, 영화로 가보겠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보통의 노부부입니다. 이젠 덤덤한 듯 보이지만, 함께 살아온 시간만큼 두 사람 사이의 정이 깊게 쌓인듯한 모습의 금실 좋은 부부입니다. 한때는 열정적으로 사랑한 그들이었겠지만, 일상과 세월에 묻어온 지금의 그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 세상에서 그 삶과 사랑의 모습을 마무리지어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부인 '트루디'는 남편 '루디'의 생이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를 의사에게 듣게 됩니다. 남편에게 이를 알려 주지 않은채 이제 그녀는 덤덤하게 남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합니다. 사랑하는 사이. 먼저 떠나간다는 것. 그리고, 남겨진 사람의 슬픔. 영원한건 없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의 때가 있는거죠. 한정된 생에서는 당연한 모습들일 겁니다.
여행을 준비하다보니 역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자식들입니다. 부부는 함께 자식들을 보러 베를린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젠 다 자라 각자의 가족을 이루고 있는 아들, 딸들. 하지만, 각자가 바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부모님의 방문을 그들은 부담스럽게 여깁니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독일이든 우리든 어디든 똑같네요. 그들이 부모님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각자의 삶들이 그렇게 만든 것일뿐, 그들도 가정이 있고, 자식들이 있고, 그들 또한 그들의 부모님들과 같은 삶을 살아갈 뿐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서 예상외의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남편 '루디'의 떠나보냄을 준비하는 부인 '트루디'가 오히려 먼저 세상을 떠나갑니다. 당황스러운 건 남편들과 자식들입니다. 저역시 잠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럼 이야기의 진행이 되지 않는데, 걱정됩니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점이 남편 '루디'의 시점으로 바뀝니다. 아내를 떠나보낼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던 그입니다. 슬픔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그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평생을 함께한 이를 떠나보냈습니다. 퇴근 후 언제나 맞아주었고, 함께 밥을 먹고, 잠은 자던 그런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주변을 정리하면서 문득 부인과의 옛기억을 떠올려보니, 서로가 함께한 생엔 정말 많은 것들이 있었네요. 여러 가지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다, 젊었을 때 일본의 부토 무용을 했던 부인의 열정과 소망을 기억하게 됩니다. 부인은 결혼을 하면서 이 무용을 그만두게 되었죠. 그녀가 그렇게 가고 싶어 했으나 생전 가지 못했던 것이 이 무용의 원류인 일본의 '후지산'입니다. 그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부인의 떠남을 진정으로 맞이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합니다.
일본에는 막내아들이 혼자 살고 있습니다. 왜 어머니 생전에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다그치는 아들입니다. 이런 아들을 위해 부인이 평소 아들에게 만들어준 요리를 생각해내고, 이를 아들에게 만들어주는 아버지의 모습. 이장면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이렇게 일본에서의 남은 시간을 보내는 그. 그는 여기서 부토 무용을 하는 한 소녀와 만나게 됩니다. 소녀와의 만남에서 부인의 지난날의 모습과 열정을 알게 되고, 비로소 그는 평생 사랑했던 한 사람을 진정으로 기억하고, 떠나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이 생에서의 자신 또한 떠나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이게 끝이 아니라 영원한 이어짐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저 이 세상에서의 함께 있는 모습만 끝일뿐, 그들의 사랑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 영원히 이어져 기억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벚꽃이지만, 금세 이 세상에서 지워져 갑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하나는 매년 봄이면 벚꽃이 다시 필 거라는 겁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보여준 두 부부의 일상의 모습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잊을 수 없었던 눈빛들에서 이런 답이 나오는군요.
< lucid2@sportschosun.com>
감독을 보니 '파니핑크'의 '도리스 되리' 입니다. '파니핑크' 이 작품 역시 독특한 시각의 여성적 감성을 보여준 참한 영화였죠.
그러면, 영화로 가보겠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보통의 노부부입니다. 이젠 덤덤한 듯 보이지만, 함께 살아온 시간만큼 두 사람 사이의 정이 깊게 쌓인듯한 모습의 금실 좋은 부부입니다. 한때는 열정적으로 사랑한 그들이었겠지만, 일상과 세월에 묻어온 지금의 그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 세상에서 그 삶과 사랑의 모습을 마무리지어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부인 '트루디'는 남편 '루디'의 생이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를 의사에게 듣게 됩니다. 남편에게 이를 알려 주지 않은채 이제 그녀는 덤덤하게 남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합니다. 사랑하는 사이. 먼저 떠나간다는 것. 그리고, 남겨진 사람의 슬픔. 영원한건 없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의 때가 있는거죠. 한정된 생에서는 당연한 모습들일 겁니다.
여행을 준비하다보니 역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자식들입니다. 부부는 함께 자식들을 보러 베를린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젠 다 자라 각자의 가족을 이루고 있는 아들, 딸들. 하지만, 각자가 바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부모님의 방문을 그들은 부담스럽게 여깁니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독일이든 우리든 어디든 똑같네요. 그들이 부모님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각자의 삶들이 그렇게 만든 것일뿐, 그들도 가정이 있고, 자식들이 있고, 그들 또한 그들의 부모님들과 같은 삶을 살아갈 뿐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서 예상외의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남편 '루디'의 떠나보냄을 준비하는 부인 '트루디'가 오히려 먼저 세상을 떠나갑니다. 당황스러운 건 남편들과 자식들입니다. 저역시 잠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럼 이야기의 진행이 되지 않는데, 걱정됩니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점이 남편 '루디'의 시점으로 바뀝니다. 아내를 떠나보낼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던 그입니다. 슬픔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그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평생을 함께한 이를 떠나보냈습니다. 퇴근 후 언제나 맞아주었고, 함께 밥을 먹고, 잠은 자던 그런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주변을 정리하면서 문득 부인과의 옛기억을 떠올려보니, 서로가 함께한 생엔 정말 많은 것들이 있었네요. 여러 가지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다, 젊었을 때 일본의 부토 무용을 했던 부인의 열정과 소망을 기억하게 됩니다. 부인은 결혼을 하면서 이 무용을 그만두게 되었죠. 그녀가 그렇게 가고 싶어 했으나 생전 가지 못했던 것이 이 무용의 원류인 일본의 '후지산'입니다. 그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부인의 떠남을 진정으로 맞이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합니다.
일본에는 막내아들이 혼자 살고 있습니다. 왜 어머니 생전에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다그치는 아들입니다. 이런 아들을 위해 부인이 평소 아들에게 만들어준 요리를 생각해내고, 이를 아들에게 만들어주는 아버지의 모습. 이장면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이렇게 일본에서의 남은 시간을 보내는 그. 그는 여기서 부토 무용을 하는 한 소녀와 만나게 됩니다. 소녀와의 만남에서 부인의 지난날의 모습과 열정을 알게 되고, 비로소 그는 평생 사랑했던 한 사람을 진정으로 기억하고, 떠나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이 생에서의 자신 또한 떠나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이게 끝이 아니라 영원한 이어짐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저 이 세상에서의 함께 있는 모습만 끝일뿐, 그들의 사랑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 영원히 이어져 기억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벚꽃이지만, 금세 이 세상에서 지워져 갑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하나는 매년 봄이면 벚꽃이 다시 필 거라는 겁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보여준 두 부부의 일상의 모습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잊을 수 없었던 눈빛들에서 이런 답이 나오는군요.
< lucid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