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보다 가까운 라이벌' 양재호·최규병

친형제보다 더 가까운 필생의 라이벌? 말장난이 아니다. 46세 동갑내기 양재호와 최규병의 경우라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분야도 아닌 승부 세계에서 둘의 관계는 정말로 연구 대상이다.

만 10세 되던 73년 제3회 어린이 국수전 결승서 둘은 처음 만났다. 전주 태생의 최규병은 조치훈의 조카이자 고 조남철 선생의 외종손으로 세계적 바둑 가문 출신. 울산서 태어나 그저 '지방 신동'이었던 양재호로선 도저히 못 이길 상대였다. 그 직후 둘 다 서울 바둑 명문 충암초교로 스카우트되면서 평생 우정이 시작됐다.

최규병은 75년 초등학교 졸업반 때, 양재호는 4년 뒤 고1 때 프로가 됐다. 그러나 바둑으로 '밥'이 보장되던 시절이 아니었다. 최규병은 입단 후 사실상 바둑을 접고 학업에 치중했다. 양재호도 한때 방황하다가 입단 4년 뒤 비로소 '바둑 입신'의 뜻을 세운다. 그러곤 무섭게 몰입, 80년대 말엔 당대 최고봉 조훈현을 최근거리에서 위협하는 강자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