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 "단기적인 유행 좇기보다 한국 대표작가 꿈 키우길"

지난 13일 오후 경복궁 옆 옛 기무사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2009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전시장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미술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 작가와 최고의 큐레이터·아트 딜러를 꿈꾸는 SAM(학생아트매니저)들을 격려하기 위해 아시아프 전시장을 찾은 것이다. 배 관장과 대화하기 위해 모여든 30여명의 청년 작가와 SAM들은 배 관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고 눈빛을 빛내며 공감했다.

배 관장은 "아시아프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지적이 있지만 작가도 먹고살아야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으냐"면서 "장학금 명목의 돈을 받고 작품을 파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관장은 "다만 작가들은 단기적인 유행을 좇을 것이 아니라 좋은 그림을 잘 그려서 비싸게 파는 작가가 되면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현재 중국 작가의 작품이 한국 작가보다 싼 것은 더 싸게 팔리지만 비싼 작품은 10배 넘게 팔리면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면서 "한국을 대표할 작품을 만들어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배 관장은 학생으로부터 'CEO 경험이 미술관 관장을 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받자, "CEO도 하고 장관도 했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으로 미술을 택했다"면서 미술관 경영도 경영이기 때문에 CEO 경험이 도움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여기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지어 한국 미술이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세계 사람들이 국립현대미술관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 관장은 대우전자 CEO 출신답게 경제 현장을 누비던 당시 경험을 들려줬다. "30년 전 외국 선주(船主)들에게 '세계 최고의 배를 만들겠다'고 했더니 비웃었어요. 선주들은 '너희가 용접이나 할 줄 아냐'고 하더군요. 그러나 지금은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배를 많이 만들고 잘 만드는 나라가 됐습니다. 여러분도 꿈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어요."

그는 "IMF 외환위기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을 하면서 휴렛패커드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를 만나 '한국을 IT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하자 피오리나가 '웃기는 소리'라고 일축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한국이 IT 강국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미국 MIT 공학박사 출신인 배 관장은 "어렵게 살던 시절 미국 MIT에 유학을 갔는데 영어도 잘 못해 첫 시험에서 꼴찌를 했다"면서 그러나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가 고민하고 전략을 세워 결국 살아남았다는 체험을 털어놓았다. 자신감과 꿈을 가지면 안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