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인천세계도시축전의 현장] '백팔번뇌' 인간 모습 조각으로 표현

인천세계도시축전 행사장의 디지털 아트센터에는 첨단 비디오 아트(Video art)와 키네틱 아트(Kinetic art:움직이는 예술 작품) 등 기존의 격식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다양한 작품 40여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전시장 입구 한가운데에는 수도승처럼 인간의 형상을 한 108개의 모형물이 가부좌를 틀고 피라미드 모양으로 앉아 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작품의 맨 꼭대기에는 모형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앉아 있다.

이 작품은 키네틱 아티스트인 왕지원(王智源·30·서울 강서구 목동)씨가 넉달 동안 제작한 것으로 작품명은 '부다(Buddha:부처) Z'이다.

"인간이었던 부처가 해탈과 자기 수행을 통해 신(神)이 되었듯이 보통사람들도 명상과 해탈을 통해 부처가 될 수 있음을 '움직이는 기계'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108개의 인간 형상은 '백팔번뇌(百八煩惱)'를 겪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를 겪고 나면 부처로 태어나 중생을 구제하는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모형물 인물의 크기는 높이 25㎝, 가로 18㎝, 폭 15㎝로 왕씨 자신의 실제 앉은 모습을 4분의 1크기로 축소했다고 했다. 모형물들은 구동 장치로 연결되어 있어 손이나 몸의 상반신을 조금씩 움직이기도 한다.

"오래 전 교통 사고를 당해 수술한 적이 있습니다. 수술을 받으면서 내 몸을 기계로 만들어 표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기계로 완벽한 인간을 나타낼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왔다는 왕씨는 2007년에 자신의 몸과 똑같은 크기의 로봇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후 인간을 로봇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어려서부터 기계와 움직이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라디오와 텔레비전 부품들을 풀어헤쳤다가 다시 조립하기도 했지요. 그런데도 공대 출신이 아니다 보니 작품을 움직이게 하는 기계적인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왕씨는 대학에서 미술 분야 중 조소를 전공하면서 '움직이는 조각'에 관심을 갖게 된 뒤 본격적으로 키네틱 아트 작품 활동에 매달렸다고 한다.

"키네틱 아트란 움직이는 예술 작품을 말합니다. 과학과 미술의 만남이라고 할까요.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도 새로운 장르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좋은 점을 복제하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앞으로는 신체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수술 후 부작용을 겪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품 아이디어는 주로 공상 과학 다큐멘터리나 케이블 TV인 '디스커버리' 채널을 통해서 얻습니다. 일본 NHK방송이 제작한 것으로 기계와 인간의 접목 기술을 보여주는 '사이보그(cyborg:인조인간) 혁명'도 관심있게 보았습니다."

디지털 아트센터에는 이 밖에도 상상의 날개를 펼쳐주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로 넘쳐난다. 빛을 이용한 입체적 거리가 연출되고, 우산이 음악에 맞춰 펴졌다 접어졌다 한다. 옛 TV드라마인 '마부'와 '아씨' 등을 입체 작품으로 감상할 수도 있고, 커피가 담긴 잔이 소용돌이 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왕씨는 디지털 아트센터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작품마다 창조와 새로움의 메시지가 담겨 있으므로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감상하면 디지털 아트가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