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스포츠 정신?

〈총보〉(1~206)=형세가 확연히 결정된 뒤에도 계속 두는 것은 상대 실수를 기다리는 것 같아 보기 흉하다. 그것은 '스포츠맨십'과는 엄연히 구별된다. 천야오예는 167수 때 초읽기에 들어가 200수 언저리에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마지막 1분에 쫓기면서도 패(覇)를 불사한 끝에 무려 80수를 더 버티더니 공배만 남기고 돌을 거뒀다. 기왕 다 두었으면 계가를 하는 것이 예의다.

박영훈의 장점이 잘 드러난 한 판. 116 등 완착은 있었지만 실리에만 집착하지 않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판을 주도한 끝에 완승했다. 천야오예는 4년 전 준우승 때의 예리함이 실종됐다. 이 바둑만 놓고 본다면 만 20세에 접어든 그의 바둑은 정체(停滯) 상태에 빠져든 느낌마저 있다.

흑37만 해도 한 칸 좁은 참고도 1이 좋았다는 결론. 3까지 실전보다 월등하다. 훗날 흑 A로 벌릴 경우의 간격도 적당하다. 41까지 두고도 하변에 침투한 백은 쉽게 살지 않았는가. 아무튼 한국 3위 박영훈이 중국 2위 천야오예를 꺾고 2회전에 오른 것은 통쾌한 결말이었다. (286수 끝, 206수 이하 생략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55분, 흑 2시간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