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험악한 흐름

〈제3보〉(25~35)=2005년 제5회 잉씨배 결승서 창하오(常昊)에게 당한 역전패는 최철한 바둑인생의 최대 시련이었다. 한국 석권 전통이 깨지면서 일부 팬들은 마구 비난을 쏟아냈다. 최철한은 "누구건 돌을 던지면 맞겠다"면서 아픔을 삭였다. 지난봄 제6회 잉씨배서 기어이 우승한 그는 "바위처럼 짓누르던 숙제를 끝낸 느낌"이란 말로 그간의 극심했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승부사들에겐 영원한 애(哀)도, 환(歡)도 없는 법인가.

백 △로 단수쳐 "패(覇)를 하자"고 선언하자 흑은 25로 팻감 마련에 나선다. 28까지 진행된 뒤 29가 재미있는 수. 참고1도 1로 끊어 바로 패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상대가 패를 해소하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4…▲). 중앙 패싸움의 권리 절반을 포기하지 않은 채 좌하귀는 좌하귀대로 수습하겠다는 게 스위에의 배짱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팻감. 결국 35의 험악한(?) 팻감까지 등장했다. 백도 두 갈래 길에 직면했다. 하나는 '가'로 따낸 뒤 참고2도처럼 흑에게 2, 4를 허용하고 패의 대가로 실전보 '나', '다'를 연타하는 것. 다른 하나는 ▲ 자리에 이어 패를 해소하고 흑 '라'를 감수하는 것. 당신이라면 둘 중 어느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