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의 시네마 업데이트] '선샤인 클리닝'

'선샤인 클리닝'에 관심이 간 건, 2006년 개봉했던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때문이다.

미국 독립영화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미스 리틀 선샤인'과 같은 제작사, 같은 프로듀서, 그리고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황당한 노인' 알란 아킨까지 출연하니 그 비슷한 감동을 기대할 수밖에. 게다가 이 영화의 가족 구성원들은 역시나 모두 루저들이다.

현실적인 기준에서 '선샤인 클리닝'의 대표 실패자는 싱글맘 큰 딸 로즈(에이미 아담스)다. 고교 땐 인기절정 치어리더에 학교 미식축구팀의 킹카 쿼터백을 남자친구로 뒀던 몸. 하지만 지금은 일일 청소업체 직원으로 연명중이다. 그녀 아들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고교 시절 애인은 딴 여자와 결혼했으면서 가끔 로즈와 호텔에서 만난다.

로즈의 동생 노라(에밀리 블런트)도 엄청 안 풀리는 인생이다. 게으르고 욱 하는 성격에 걸핏하면 잘려서 백수 신세. 아버지(알란 아킨)도 무능력한데 종종 사업 한답시고 일 벌이기 일쑤다.

이 와중에 초등교육 부적응자인 로즈의 어린 아들 오스카까지 학교에서 사고를 치고, 아들을 사립학교로 전학시켜야 하는 로즈는 돈이 필요해 백수인 노라를 꼬드겨 범죄현장청소를 시작한다.

경찰이 시체를 치우면 피와 살이 튀기고 악취가 뒤섞인 범죄현장을 방문해 청소를 하는 일은 확실히 구토유발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험한 일인 만큼 수입이 꽤 되자 로즈는 아예 노라와 '선샤인 클리닝'이라는 범죄현장전문 청소대행사를 차리고 이 일에 뛰어든다. 자기 인생의 얼룩도 더불어 깨끗이 닦아보고자 애쓰면서. 하지만 찌든 인생의 얼룩은 잘 지워지지 않고, 때로는 잘못 닦아 번지기도 한다.

그래서 힘이 들어 한 숨 돌리려는 순간, 인생은 바로 뒤통수를 친다. 로즈가 모처럼 고교 동창 모임에 간 날 혼자 범죄현장 청소를 하던 동생 노라가 그 집에 불을 내고 '선샤인 클리닝'의 미래는 시꺼먼 재로 뒤덮인다.

몹시 되는 일 없는 '선샤인 클리닝' 가족들의 피곤한 삶을 동정하지 않을 순 없다. 하지만 에미이 아담스 등 배우들의 호연과 범죄현장청소라는 참신한 설정을 제외하곤 이 이야기에 빛나는 구석은 많지 않다.

'미스 리틀 선샤인'의 그림자는 물론, 상처 많은 가족들을 통해 냉정한 유머를 보여준 '준벅' 같은 영화의 흔적이 너무 엿보인다.

가족 간의 화해와 용서를 섣불리 도모하지 않는 쿨한 자세나 드문드문 보이는 따스한 시선도 앞선 두 영화만큼 가슴을 울리진 않으니, 그래서 더 씁쓸하다. 비슷하다는 건 역시 다른 것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