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조연의 정석 '해운대' 김인권-'국가대표' 최재환

건달 역의 김인권이 빠진 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를 상상할 수 있을까? 눈웃음이 매력적인 최재환의 코믹연기가 없었더라면 '국가대표'(감독 김용화)는 많이 허전하지 않았을까? 극장가에서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쌍두 체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흥행의 숨은 견인차인 이들 감초 조연들이 주목받고 있다. 엔딩크래딧에서 이름이 처음에 나오지는 않지만,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웃음 코드를 책임지는 이들이 있어 영화에 윤기가 흐르기 때문이다.

'충무로의 팔색조'로 불리는 김인권은 '해운대'를 통해 '김인권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극중 날건달 '동춘'을 맡은 그는 만식(설경구)의 어린 아들에게 '무대뽀 정신'을 가르친다며 천연덕스럽게 앵벌이를 시키는가 하면 초등학교 동창인 연희(하지원)네 식당을 제집 드나들듯 하며 공짜로 밥을 얻어먹는다. 연희에게 아버지의 죽음과 관계된 사연을 고자질할 때는 얄밉기 그지없지만, 만식에게 들통나 무지하게 얻어맞을 때는 좀 안돼 보이기도 한다.

천변만화의 표정과 능숙한 부산사투리, 촌티 패션을 '컨셉트 3종 세트'로 삼아 날건달의 진수를 귀엽게 보여준다.

특히 광안대교 폭파 장면에서 그가 보여준 슬랩스틱 코믹연기는 개그맨 뺨을 쳤다. 실사를 방불케하는 컨테이너 CG(컴퓨터그래픽)와 탭댄스를 추는 듯한 연기로 극 후반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아울러 큰 웃음을 선사한다.

김인권은 무대인사때 "끝까지 살아남아 이렇게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 광안대교는 내가 복구시켜 놓겠다"고 농담을 던져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영화 '국가대표'에선 재복 역을 맡은 최재환의 분전이 눈에 띈다. 역시 김인권과 비슷하게 무지하게 얻어 맞는다. 아들이 듣도보도 못한 스키점프에 빠져있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버지(이한위)에게 걸릴 때마다 얻어터진다. 하지만 곧 그의 진가가 발휘된다. 주름 잡히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이를 드러내며 낄낄 대는 순간 객석에 웃음이 폭발한다. 어딘가 주눅들어 있고 소심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착한 청년. 그는 속좋은 마재복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내내 미친 놈처럼 웃고 다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재환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단역을 시작으로 '비열한 거리' '화려한 휴가' '비스티 보이즈', 드라마 '식객' 등 적지않은 작품에서 짬짬이 얼굴을 내비쳤다. 그러던 중 이 '국가대표'를 만나 7년 무명 세월을 훌훌 털어버리고 드디어 비상을 꿈꾸고 있다. '해운대'와 '국가대표'는 비슷한 점이 많다. 젊은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았고, 100억 이상의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엄청난 쓰나미와 손발이 오그라드는 스키점프 등 볼거리에 소박한 웃음과 눈물, 휴먼 코드를 적절히 가미한 것도 닮은꼴이다. 김인권과 최재환 두 감초조연의 연기는 여기에 통통한 살을 붙인 격이다.

코믹 감초 연기는 웬만한 작품이면 반드시 삽입되는 코드다. 하지만 혼자만 튀는 게 아니라 드라마 속에 적절히 녹아들어야만 작품도 살고 배우도 산다는 불변의 진리를 김인권과 최재환 두 연기자가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