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독사(毒蛇)의 이빨

〈제6보〉(66~77)=최철한이 '독사'란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는 상대 곤마(困馬)만 뜨면 끝까지 집요한 추격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공격에 대한 충만한 자신감이 난폭한 강공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 싸움바둑이라도 이세돌은 국지전서 조금씩 득을 챙긴 뒤 잽싸게 변신하는 데 반해 최철한의 공격은 우직하고 순박하기까지 하다. 최철한의 이 같은 직선적 공격성향은 과거 '살인청부업자' '대마 킬러'로 통하던 고(故) 가토(加藤正夫)의 그것과 흡사하다.

흑이 ▲에 붙여 교란해 왔을 때 백은 66의 평범한 젖힘에 11분간이나 소비한다. 이 수로 '가'는 68로 끊겨 우중앙 백돌들이 위험해진다. 흑도 덩달아 장고(長考)로 박자를 맞추고 있는 걸 보면 이 일대를 쌍방이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69로 모양을 갖출 때 70 붙임이 준비한 타개의 맥점.

73이 문제수로 지적됐다. 75까지 백을 양분(兩分)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나'로 잇는 쪽이 훨씬 힘차고 약점도 없었다는 것. 참고도와 실전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마침내 중앙에 먹잇감이 떴다. 77로 밀어온 시점부터 최철한은 이빨을 드러내며 '독사' 기질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던 바둑은 여기서부터 또다시 격랑(激浪) 속으로 빠져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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