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선택] 낯선 그리스 풍경… 낯익은 러브 스토리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진 로맨틱 코미디는 좋은 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나의 로맨틱 가이드(27일 개봉)'는 좋은 영화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오랜 세월 다듬고 고쳐온 로맨틱 코미디의 단단한 작법을 충실하게 따른다. 처음엔 쐐기벌레 같던 남자가 나중에 꽃나비가 된다든가, 진공 포장 속에 살던 여자가 속절없이 울타리를 허물면서 삶의 이면을 발견하는 전개도 똑같다. 그런 상투적 캐릭터와 흐름으로도 이 영화는 여러 번 입꼬리를 올려준다. 이 영화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나란히 명작 반열에 오르지는 못할 것이나, 대작들이 각축하는 매표소 앞에서 홀연히 선택하고 흐뭇하게 극장을 나설 만하다.

그리스 고고학 박사인 조지아(니아 바달로스)는 대학교수 자리를 얻지 못하고 임시로 그리스 관광 가이드 일을 한다. 그리스 유적들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하려는 그녀는 그러나 쇼핑과 기념 촬영에만 관심 있는 관광객들에겐 인기가 없다.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 팀을 버스에 태우고 또다시 투어에 나서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지루하게만 여긴다. 게다가 머리와 수염이 텁수룩한 운전기사 푸피(알렉시스 조골리스)도 무뚝뚝하기 짝이 없어 그녀는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관광객들은 좀 과장돼 있지만 깃발 아래 움직이는 단체 관광객들의 특성을 잘 포착하고 있다. 말 안 듣는 사람들, 주정뱅이들, 아슬아슬한 부부, 이혼녀들, 혼자 잘난 이들 그리고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들이 한 버스에 탄다(관광객에 동양인이 없는 것은 감독의 정치적 판단인지 궁금하다). 얼핏 엉망진창인 듯한 이 사람들은 그러나 탄식과 자조 속에 살던 주인공에게 로맨스를 일깨워주고 삶을 보는 방식 한 가지를 더 가르쳐 준다.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가 '나의 그리스식 웨딩'과 '맘마 미아'에 이어 세 번째로 그리스를 소재로 쓴 이 영화는 올림피아와 델포이, 산토리니의 아름다운 유적과 풍광을 멋지게 담았다. 그리스에 대한 풍자도 꽤 재미있다. "2500년 전 그리스는 변화의 주역이었죠. 예술, 민주주의, 철학의 산실! 그러다 낮잠을 발견했죠" 같은 대사가 그렇다.

결국 가이드와 운전기사가 티격태격 끝에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 실제로 여주인공은 47세, 남주인공은 35세다. 특히 여주인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워진다.

▶전문가 별점

그리스 관광 영화이거나 뻔한 연애담이거나. 지켜보는 재미는 있다.

― ★★ 이상용·영화평론가

초저가 할인 그리스 관광버스. 탑승은 자유지만 추억은 남의 것!

―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