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역 발상(逆 發想)

〈제8보〉(90~106)=최철한은 3살 연하의 후배 윤지희 二단과 짝을 이뤄 25일 끝난 비씨카드배 페어(pair)대회서 우승했다. 두 사람은 공개적으로 교제 중인 사이. 이번 대회서 대국이 있는 날엔 매번 똑같이 맞춰 입은 '커플 티'를 함께 착용하고 출전, '최고의 닭살 커플'로 불리며 미혼 동료 기사들로부터 부러움 섞인 '야유'를 받았다. "커플 티가 아니라 맞춰 입은 팀복"이란 최철한의 억지 변명이 압권이었다는 후문.

흑이 ▲로 단수쳐 온 장면이다. 웬만한 아마추어들로선 본능적으로 99로 이었을 것 같은데, 최철한은 여기서 현역 세계 챔피언다운 휘황한 솜씨를 보여준다. 90에 91로 연결하자 92 이하 97까지 삶을 강요한다. 자세히 보면 이 과정에서 백은 자체로 안정했고, 흑은 우상귀와 중앙이 분리됐다. 그것도 선수(先手)로 해치웠다.

그런 뒤 98이 놓였다. 99 빵때림이 뻔하므로 상상하기 힘든 역발상(逆發想). 99로 때리는 데 5분이나 소요된 걸 보면 이 수는 스위에의 수읽기에 포함되지 않았었음이 분명하다. 100을 맞아선 완전히 갇힌 모습(외곽이 완전 봉쇄되면 한 수 더 놓아야 산다). 돌이켜보면 97로는 먼저 참고도 1, 2를 교환해 출구가 막히는 수모를 예방했어야 했다. 106으로 백 득의의 중앙 공격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