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이 라이벌 구리(古力)를 꺾었다. 29일 중국 후난(湖南)성 봉황현서 벌어진 2009 봉황고성배 세계바둑 정상대결에서 이세돌 9단은 중국의 26세 동갑내기 라이벌 구리 9단과 330수에 이르는 접전 끝에 백으로 5집 반을 남겼다.
이날 바둑은 1인당 50분에 초읽기가 없는 타임아웃 방식으로 벌어졌다. 두 대국자 모두 시간패를 의식한 듯 최강수를 총동원하며 치열한 순발력 싸움을 펼쳤고, 막판 예상 못한 바꿔치기가 이뤄지는 등 어지럽게 진행됐다. 이날 승리로 이세돌은 구리와의 통산 전적에서 10승 9패, 올해 전적서도 3승 2패로 한 걸음 앞서나가게 됐다. 승자 이세돌은 5만 달러(약 6200만원), 패자 구리는 3만 달러의 상금을 각각 받았다.
이세돌은 지난 7월부터 기사직 휴직 상태지만 1년 전 이 행사 초청을 받아 휴직과 관계없이 참가했다. 이벤트가 끝난 후 이세돌은 “승패보다 재미있는 바둑을 두려고 노력했다. 막판 상대의 실수로 운 좋게 이겼다”고 겸손해 했다. 구리는 “초반 좋은 형세라고 봤으나 이후 이세돌의 실력에 밀렸다.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대결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행사는 남방장성에 마련된 대형 바둑판 위에서 펼쳐지는 격년제 바둑 쇼로 자리잡았다. 한 변의 길이가 31.7m, 총 면적 1005㎡에다 총 무게도 159t에 달하는 대형 바둑판 위에서 흑백 도복 차림의 무동 361명이 바둑알 역할을 한다. 실제 대국은 이와 별도로 산 중턱 누각에서 진행된다.
봉황 현의 관광 진흥을 위해 출발한 봉황고성배는 2003년 시작돼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이번 이세돌의 승리로 한국은 역대 통산전적 2승 1무 1패로 중국에 앞서나가게 됐다. 한편 한국의 ‘블랙드럼 아트 컴퍼니’가 이번 행사에 초청돼 부대행사 하나를 소화, 갈채를 받았다. ‘블랙드럼’은 한국 전통 북을 기반으로 비보이 율동, 탭댄스를 더한 퓨전 퍼포먼스 공연 팀으로 국내보다는 중국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