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국영화의 쾌속 질주가 눈에 띈다. 국내 최초의 해양 재난 영화 '해운대'가 1000만 관객 흥행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가운데 다른 한국영화들도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7월 29일 개봉한 하정우 주연의 '국가대표'는 개봉 20일 만인 지난 17일 400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500만 명을 넘어섰다. 2006년 '미녀는 괴로워'로 660만 명을 모은 김용화 감독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것이다.
평범한 청년들이 스키점프 국가대표로 거듭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이 영화는 스포츠가 주는 박진감에 적절한 코미디와 가슴 저린 감동을 잘 버무린 게 강점이다. 특히 '국가대표'는 지난 주말(14~16일) 전국 678개 스크린을 통해 91만7821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한풀 꺾인 '해운대'의 86만5016명(641개 스크린)을 성큼 앞질렀다. 해운대와 같은 '1000만 흥행'까지는 기대할 수 없지만 근래 보기 드문 선전이라 관심을 끈다.
앞서 개봉한 엄태웅 주연의 '차우'는 거대한 변종 식인 멧돼지라는 독특한 소재를 등장시킨 색다른 공포물로, 200만 명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대표'와 함께 또 하나의 스포츠영화로 기대를 모았던 역도 영화 '킹콩을 들다'는 이범수와 조안의 열연 속에 약 130만 명이 관람하며 스포츠영화 특유의 감동을 맛봤다.
이연우 감독의 '거북이 달린다'는 300만 명을 넘겼다. '타짜', '추격자' 등을 통해 최고의 배우로 거듭난 김윤석이 시골 형사로 나와 웃음과 인간미, 감동을 함께 전달한다.
역대 최고의 흥행작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인 야심작 '마더'도 300만 명 돌파에 성공했다. 살인사건에 휘말린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모정을 그린 작품. 특히 어머니 역의 김혜자가 1999년 '마요네즈'에 이어 10년 만에 출연한 영화라는 점, 아들 역의 원빈이 제대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영화라는 점 등 주목을 끌 만한 소재들이 많았던 영화다.
봄에 개봉한 영화들도 비교적 괜찮았다.
4월 22일 개봉한 강지환-김하늘 주연의 화끈한 액션 코미디물 '7급 공무원'은 8일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화제를 모은 끝에 400만 고지를 점령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이후 3년 만에 박찬욱 감독이 내놓는 '박쥐'는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등 호화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으며 222만 명을 기록했고, 황정민의 캐릭터가 돋보인 '그림자 살인'도 약 200만 명을 불러모았다.
이밖에 박용하 김민정 박희순 주연의 '작전', 영화계 '정트리오'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의 액션 코미디 '유감스러운 도시', 김래원과 엄정화가 호흡을 맞춘 '인사동 스캔들'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선전, 150만 전후의 관객을 동원했다.
올 들어 8월 21일 현재까지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는 총 274편. 그 중 한국영화가 78편이고 196편이 외국영화다. 한국영화의 비율은 28.47％. 한데 관객 점유율은 절반에 가까운 49.41％에 이른다. 총 1억560만 관객 중 한국영화 관객이 5200만이다. 그만큼 알찼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