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페이퍼진] 파워블로거 lucid의 '영화-드라마 이야기'

픽사,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흔한 질문이지만 한 번 해보겠습니다. '가장 다니고 싶은 회사'하면 어디가 생각나시는지요.

구글,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유명회사들이 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주저 없이 떠오르는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그곳은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픽사(PIXAR)'입니다. 조금 낯선가요. 하지만 정말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당연하다 하실 곳이 바로 '픽사'입니다.

실재 픽사의 내부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내놓는 작품들을 생각하면 회사의 분위기가 눈앞에 바로 그려집니다. 픽사! 정말 칭찬이 아깝지 않고 찬사의 대상이 되는 이름입니다. 아날로그적 감성과 첨단 기술의 디지털을 조합하는 그들의 작품. 거기다 작품성과 흥행성까지 동시에 잡는 그들의 결과물. 항상 꿈을 찾고, 또 찾아가고 있는 그들이 너무 부럽네요.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픽사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월-E' 등 지금까지 내놓은 10개의 작품들이 단 하나의 실패도 없이 대단한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반 이상이 월드와이드 기준으로 5억 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업적 성공만으로 픽사를 높이 평가 할 수는 없겠죠. 최근의 '라따뚜이' '월-E' 최근의 'UP' 이중 하나라도 보신 분이시라면 아실 겁니다. 정말 보는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꿈과 감동을 주는 것이 그들의 작품들입니다.

이들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한번 볼까요. 픽사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스토리입니다. 당연히 이들의 작품 모두 다 순수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이들 아이디어의 산물이죠. 1년에 한편씩 작품을 내는데, 회사 내 누구라도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실제 이를 첨가해 나가면서 작품이 만들어집니다. 수백 명의 아이디어와 고민이 함께 모여 만든 작품입니다. 일로 하는 게 아니라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작품이 어떨 지는 픽사의 결과물이 말해주네요.

직원들이 자유스럽고 창의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건 기본 조건입니다. 그리고 직원들도 그에 맞는 답을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의무입니다. 이것이 픽사의 정신이지요. 지금 픽사의 모습을 보면 이것이 참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엔 픽사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도 한번 볼까요. 초기엔 공동창업자이자 픽사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한 '존 라세터'의 작품이 기본을 탄탄히 이루어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이에 머물지 않습니다. 경험 없는 내부 직원을 과감히 발탁합니다. 이번 작품 'UP'의 '피트 닥터' 가 그러한 경우죠. 여기다 '인크레더블', '라따뚜이'는 외부 영입인물 '브레드 버드' 가 만들었습니다. '브레드 버드'의 입사 일화 또한 유명하죠. 마니아들 사이에선 최고 작품의 하나로 인정받는 '아이언 자이언트'라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흥행 실패로 본의 아니게 회사를 위기로까지 몰고 간 인물입니다. 하지만, 픽사 내부의 자만을 깨뜨리기 위해 회사에 혼란을 일으켜달라는 이유로 채용된 사람이 바로 그 입니다.

그리고 이젠 디즈니의 회사이니 이를 언급안할 수가 없네요.

디즈니가 픽사와의 합병을 선언 했을 때 우려를 했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둘 다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이긴 하지만, 디즈니의 상업성에 픽사의 순수성이 물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습니다. 합병 후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픽사는 작품을, 디즈니는 유통이라는 서로의 장점을 잘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성장전략 측면에서는 두 회사가 서로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사실 디즈니와 픽사는 처음부터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픽사의 중요인물들이 원래는 디즈니 출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빼놓을 수 없는 한명의 인물이 있습니다. 잘 아시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입니다. 픽사의 가장 큰 배경이었고, 이번 합병으로 디즈니의 개인 최대주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합병을 계기로 픽사의 인물들이 디즈니의 작품들에도 참여하거나 조언을 하기도 한답니다. 원래의 디즈니가 상업성만을 추구하는 회사는 아니었죠. 이런 디즈니의 기본정신을 진정으로 잇고 있는 것이 픽사라 생각되는데, 이번 합병으로 진정한 디즈니의 꿈들이 픽사를 통해 더욱더 크게 이루어졌으면 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영화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서두의 픽사이야기로 말을 다 해버렸네요. 그만큼 말만 꺼내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게 픽사의 이야기입니다.

그럼 최근 작품 'UP'을 한번 볼까요.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 되었습니다.

풍선을 달고 하늘을 나는 집이랍니다. 신비한 판타지 세계를 찾아 떠나는 재미난 모험일 거라는 생각들이 시작하면서부터 여지없이 무너지네요.

한 부부의 지나온 일생을 보여주는 오프닝 장면을 보고 나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나이는 78세, 공원에서 풍선을 파는 게 일이었던 칼 프레드릭슨. 어릴 적부터 탐험가가 꿈이었고, 같은 꿈을 꾸고 있던 어릴 적 친구 엘리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세월이 흘러 사랑했던 엘리도 떠나가고, 그에게 남은 건 엘리와의 추억 어린 집뿐이네요. 그런데, 이 집이 내일 철거돼야 한답니다. 철거되는 걸 막기 위해 버텨 본 그였지만, 이제 다른 선택은 없는 걸까요. 그의 마지막 선택은 밤새 집에 수천 개의 풍선을 가득 달아 놓는 거였습니다. 그 풍선의 힘으로 집은 마치 기구처럼 하늘을 날 수 있게 됐습니다. 자, 이제 부인과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그곳으로 꿈을 찾아 떠나보는 겁니다. 그런데, 이 여행. 알고 보니 '칼'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우연찮게 묘한 불청객이 하나 타게 되었습니다. 동네 꼬마 '러셀'입니다. 이 둘의 예기치 않은 모험 여행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같이 한번 떠나 보겠습니까.

간단하고 소박한 주제처럼 보이지만 픽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가 잃어버릴 수도 잊고 지낼 수도 있는 것들을 이야기 합니다. 결코 어렵지 않은 이야기들. 모든 이들이 마음속에 항상 갖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 하죠. 이번 작품도 순수한 사랑과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지나간 인생에 대해 잠시 돌아보는 계기도 되고, 거기다 어른과 아이의 소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등 큰 의미들을 되새겨 보게 합니다.

언제나 따스한 시선으로 가슴 속 깊이 담겨 있는 감성을 이끌어 내는 게 픽사의 가장 큰 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만드는 사람도 행복해 하는 작품. 보는 사람도 행복해 하는 작품이 바로 '픽사'의 작품입니다.

< lucid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