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페이퍼진] '해운대'-'국가대표' 그리고 시네큐브
입력 : 2009.08.31 11:59
한국영화계가 떠들썩하다. 잔칫집 분위기다.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쌍끌이 흥행 돌풍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경사만 있는 게 아니다. 휘황한 불빛 사이로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예술영화의 성지'로까지 불렸던 광화문의 한 극장이 이달말까지만 운영된다는 소식이다.
'해운대'는 개봉 한달만에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괴물'에 이어 두번째 빠른 속도다. '해운대'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국가대표' 역시 500만명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무서운 기세다.
두 영화의 흥행은 여름방학 시즌 '트랜스포머2',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지. 아이. 조:전쟁의 서막' 등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대결해 이룬 성과다.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듯하다. 두 편의 한국 영화가 릴레이 흥행 대박을 터트린 건 2년 만이다. '디 워'(843만명)와 '화려한 휴가'(731만명)가 흥행했던 2007년과 유사하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과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은 이미 흥행 감독으로 명성이 높았다. 윤 감독은 '두사부일체'(330만명)와 '색즉시공'(408만명), '1번가의 기적'(275만명)으로 총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김 감독도 '미녀는 괴로워'(662만명)로 대박을 터트린 경험이 있다. 그만큼 관객이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잘 알고, 이를 작품으로 형상화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입지는 조금 달랐다. 김 감독은 두루 호평받은 편이다. 윤 감독에 대한 평가는 가혹했다. '쌈마이 코미디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광고회사 출신 윤 감독은 영화계 아웃사이더라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해운대' 시사회 직후 비교적 높은 평가가 나오자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서러워 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윤 감독의 눈물은 상업영화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과 관련이 있다. 상업영화를 쉽게 혹은 낮춰 보는 시각이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구분은 추상적이고, 객관적인 기준도 없다. 무의미하다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상업영화를 폄하하는 시각이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실제 작품이 그런 측면도 없지 않았다. 상업영화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흥행감독 A씨는 "상업영화가 예술영화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작가주의 영화처럼 자기 메시지만 전하면 되는 게 아니라, 시대와 대중의 심리까지 잘 반영해야 하고 그래서 더 정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우열을 가릴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현실은 냉정하다.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흥행 성공으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국내에 예술영화 붐을 일으켰던 극장인 씨네큐브는 조용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확한 내먁은 알려지지 않았다. 씨네큐브를 공동운영했던 백두대간은 이화여대 안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로 옮겨갈 예정이다. 씨네큐브 운영에 대한 흥국생명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나와 있지 않다.
상업영화는 대박 행진을 벌이고, 예술영화의 입지는 좁아졌다. 올해 초에는 사정이 달랐다. '워낭소리'가 1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똥파리'가 해외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하자 마치 예술영화(독립영화) 전성기가 도래한 것처럼 흥분했다. 불과 몇 개월만에 상황이 돌변했다. 한국영화의 폭과 깊이가 아직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흥행은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각도 두텁다. '한국영화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작품 외적으로만 따져도, 스크린 독점의 폐해가 만만치 않다. '해운대'는 739개 스크린으로 출발했고, '국가대표'는 700개 가까운 스크린을 점유하고 있다. 전체 스크린의 절반이 훨씬 넘는다. 이런 현상이 거듭될 수록 작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게 뻔하다. 한 영화평론가는 "서글프다"는 표현까지 썼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2009년 여름,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쌍끌이 흥행이 반가우면서도 씁쓸하다. 유명 상업영화 감독의 서러운 눈물, 블록버스터의 쌍끌이 흥행과 예술영화 메카의 퇴장 소식이 어지럽게 들려와서다.
< 임정식 기자>
'해운대'는 개봉 한달만에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괴물'에 이어 두번째 빠른 속도다. '해운대'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국가대표' 역시 500만명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무서운 기세다.
두 영화의 흥행은 여름방학 시즌 '트랜스포머2',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지. 아이. 조:전쟁의 서막' 등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대결해 이룬 성과다.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듯하다. 두 편의 한국 영화가 릴레이 흥행 대박을 터트린 건 2년 만이다. '디 워'(843만명)와 '화려한 휴가'(731만명)가 흥행했던 2007년과 유사하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과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은 이미 흥행 감독으로 명성이 높았다. 윤 감독은 '두사부일체'(330만명)와 '색즉시공'(408만명), '1번가의 기적'(275만명)으로 총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김 감독도 '미녀는 괴로워'(662만명)로 대박을 터트린 경험이 있다. 그만큼 관객이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잘 알고, 이를 작품으로 형상화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입지는 조금 달랐다. 김 감독은 두루 호평받은 편이다. 윤 감독에 대한 평가는 가혹했다. '쌈마이 코미디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광고회사 출신 윤 감독은 영화계 아웃사이더라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해운대' 시사회 직후 비교적 높은 평가가 나오자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서러워 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윤 감독의 눈물은 상업영화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과 관련이 있다. 상업영화를 쉽게 혹은 낮춰 보는 시각이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구분은 추상적이고, 객관적인 기준도 없다. 무의미하다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상업영화를 폄하하는 시각이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실제 작품이 그런 측면도 없지 않았다. 상업영화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흥행감독 A씨는 "상업영화가 예술영화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작가주의 영화처럼 자기 메시지만 전하면 되는 게 아니라, 시대와 대중의 심리까지 잘 반영해야 하고 그래서 더 정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우열을 가릴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현실은 냉정하다.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흥행 성공으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국내에 예술영화 붐을 일으켰던 극장인 씨네큐브는 조용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확한 내먁은 알려지지 않았다. 씨네큐브를 공동운영했던 백두대간은 이화여대 안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로 옮겨갈 예정이다. 씨네큐브 운영에 대한 흥국생명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나와 있지 않다.
상업영화는 대박 행진을 벌이고, 예술영화의 입지는 좁아졌다. 올해 초에는 사정이 달랐다. '워낭소리'가 1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똥파리'가 해외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하자 마치 예술영화(독립영화) 전성기가 도래한 것처럼 흥분했다. 불과 몇 개월만에 상황이 돌변했다. 한국영화의 폭과 깊이가 아직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흥행은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각도 두텁다. '한국영화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작품 외적으로만 따져도, 스크린 독점의 폐해가 만만치 않다. '해운대'는 739개 스크린으로 출발했고, '국가대표'는 700개 가까운 스크린을 점유하고 있다. 전체 스크린의 절반이 훨씬 넘는다. 이런 현상이 거듭될 수록 작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게 뻔하다. 한 영화평론가는 "서글프다"는 표현까지 썼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2009년 여름,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쌍끌이 흥행이 반가우면서도 씁쓸하다. 유명 상업영화 감독의 서러운 눈물, 블록버스터의 쌍끌이 흥행과 예술영화 메카의 퇴장 소식이 어지럽게 들려와서다.
<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