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중 유출된 한국영화, 누가 수입하겠나"

지난 주말 영화 '해운대'가 인터넷에 불법 유포돼 무차별 확산되면서 영화계가 들끓고 있다. 특히 이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가운데 일어난 사건이어서 "이번에는 꼭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해운대는 그러나 이미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까지 퍼져 해외 불법 거래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운대'는 지난달 29일 오전 인터넷상에 유출됐다. 이 영화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측은 "29일 오전 9시15분쯤 한 P2P사이트에 해운대가 처음 올라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후 파일이 급속도로 퍼져 이날 오후 7시쯤엔 대부분의 P2P사이트에서 해운대를 다운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CJ가 이날까지 확인한 바로는 24개 P2P사이트에 해운대 불법파일이 올라왔고, 경찰이 파악한 바로는 160여곳이 넘었다. 현재 해운대 불법 다운로드는 국내에서만 수십만 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유출된 파일은 극장 상영판과 똑같은 DVD급 화질의 동영상. 영화 제작과 유통과정에서 내부인 또는 해커에 의해 완성본 파일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CJ 관계자는 "P2P업체에 근무자가 없는 토요일 오전에 여러 사이트에 동시 유출된 것으로 보아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범행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운대는 30일 저녁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도 올라왔다. 해운대는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중국 6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했으며, 28일엔 미국 8개 도시에서 개봉했다. 이 때문에 불법 유출이 해외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J 관계자는 "1일 중엔 중국에서 불법 DVD가 출시되고, 이번 주 중 방콕 길거리에서도 해운대 DVD를 불법으로 사고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수습이 무척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은 "이렇게 개봉 중인 영화가 국내외에 불법유통되면 어떤 바이어가 한국 영화를 수입하려고 하겠느냐"며 "해운대 흥행을 떠나,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한국 영화계 전체에 엄청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불법 파일을 올린 사람을 추적하기 위해 각 P2P사이트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안찬수 수사팀장은 31일 "동영상 파일 제작부터 극장 배급까지의 관계자를 조사할 계획이며 외부 해킹 가능성도 확인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서버 압수수색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계는 모처럼의 대형 흥행작이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불법 유통되고 있는 데 대해 공분(公憤)하고 있다. '국가대표' 투자·배급사인 미디어플렉스 유정훈 대표는 "불법파일 유포자에게 형사상 무거운 책임을 지워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뿌리내렸으면 한다"며 "영화계 전체가 디지털 소스 관리와 대응체계도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법파일 거래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