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타초경사(打草驚蛇)

〈제10보〉(124~142)=막대기로 풀을 때리면 놀란 뱀이 밖으로 뛰쳐나올 때 사로잡는다. 병법에 나오는 타초경사(打草驚蛇) 전략이다. 흑은 좌중앙에 근거 없이 떠 있는 대마를 보강하지 않은 채 ▲로 하변을 챙겼다. 고분고분 두어선 이길 수 없다고 보고 승부로 나오고 있다.

땅꾼 역의 최철한은 124로 움직인다. 응수타진을 위해 풀밭을 가볍게 두들겨 본 수. 흑은 127로 참고도 1 이하 6까지 굴복하고 13까지 좌변을 수습하는 게 정수지만 이것은 '무난히 지는' 그림이다. 결국 127 이하 129까지 흑은 또 한 번 최강으로 저항하고 나섰다. 백 '가'면 흑 '나'로 회돌이쳐 역습을 가하겠다는 뜻. 갑자기 좌변과 하변에 2개의 급한 불길이 발생했다.

그러나 백은 두 곳 중 한 곳 싸움만 이겨도 되는 편한 입장이다. 하변의 풀 때리는 소리에 놀라 뛰쳐나온 뱀(좌변흑)은 종장엔 죽음의 계곡을 헤매게 되거니와, 아무튼 일단은 131의 곳 패(覇)를 다투는 모양새가 됐다. 141로 굴복하자 142로 치중, 뱀의 안형(眼形)을 빼앗는다. 좌변과 하변이 절묘하게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바둑은 선혈이 낭자한 가운데 종국을 향해 치닫는다. (134 140…△, 137…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