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그래도 한 번 살아보자는 유쾌한 위로

로즈(에이미 애덤스)는 파출부 일을 하고 여동생 노라(에밀리 블런트)는 직업이 없는 백수다. 자매는 범죄 또는 사망사고 현장 청소가 꽤 돈이 되는 일임을 알고 '선샤인 클리닝'이란 회사를 차려 사업을 시작한다. 피범벅인 범죄 현장 청소는 낯설고 고되지만 자매는 씩씩하게 일을 해 나간다. 고등학생 때 치어리더이면서 미식축구 선수와 사귀며 '잘나갔던' 로즈는 우연히 고교 동창을 만나 "부동산업을 한다"고 거짓말하고, 동창들이 모이는 아기 백일잔치에 나간다. 그사이 혼자 일을 하던 동생 노라는 청소하던 집을 홀랑 태워 먹는다.

3일 개봉하는 영화 '선샤인 클리닝'은 되는 것도 없고 또 안 되는 것도 별로 없는 그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총으로 자살했거나 노환으로 죽은 사람들이 남긴 자리를 청소하는 자매들에겐 별로 꿈이 없어 보인다. 자매의 아버지는 이것저것 잡다한 물건들을 떼어다가 파는 사람으로, 누구에게도 존경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 영화는 이 자매가 결국 사업에 성공해 큰돈을 쥐거나 아니면 폭삭 망해 다른 길을 찾는 결말로 이끌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선샤인 클리닝'이 지닌 매력이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사연이 하나씩 있기에, 영화 속 자매가 험한 일을 하면서도 아닌 척 숨기거나 씩씩하게 앞으로 걷는 모습이 모두 사랑스럽다.

혼자 청소하던 집에서 동생이 불을 내는 사이, 언니는 좋은 드레스를 입고 동창 모임에 나간다. 자기자랑하기 바쁜 허황한 모임에 언니가 생업마저 내팽개치고 나가고야 마는 집착이 이상하지만,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이상한 데 집착하고 또 후회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이 망할 위기에 처하고 동생은 독립하려고 길을 떠난다. 보잘것없는 잡상인이었던 아버지와 큰딸이 의기투합해 새로운 청소업체를 차린다. 이들이 각각 어떻게 됐는지 설명하지 않고 영화는 끝난다. 그래도 뭔가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