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작품 버렸다?

〈제13보〉(178~192)=예컨대 오케스트라가 완벽한 호흡으로 연주해가다 막판 특정 악기 하나가 잘못된 음정을 냈다고 하자. 당장 '작품 버렸다'는 탄식이 터져 나올 것이다. 절정 고수(高手)끼리 겨루는 바둑에서도 그런 장면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178부터 출구(出口)를 찾아 나선다. 물론 이 대마가 자체론 탈출할 수 없음을 백도 잘 안다. 두 대국자 모두 하변에서 싸우고 있지만 시선은 좌변 흑 대마에 가 있다. 182 자리를 선수로 얻어낸 백, 마침내 184로 좌변 공략을 재개한다. 187 때 188은 초읽기에 몰린 최철한의 시간 연장책. 여기서 사고가 터졌다. 189로 받는 바람에 190이 성립돼 백이 자체로 살아버린 것(백 '가' 때 축이 안 돼 하변 흑 요석이 떨어진다).

189로 정수는 참고도 1. 하지만 그렇게 두었더라도 흑은 좌변과 연결된 이 '퍼즐'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참고도 2 이하 12까지의 절묘한 수순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 결국 좌변 흑 대마는 A의 팻감에 목숨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B~D 등 백의 팻감이 풍부하다. 하지만 흑은 여기서 돌을 거두지 않았다. 192로 먹여친 장면에서 마지막 드라마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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