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진영 영정에 국화꽃 대신 장미가 가득했던 이유는?

모두가 그녀를 국화꽃에 비유했지만 정작 고인은 짙붉은 장미로 기억되길 바랐다.

영화 '국화꽃 향기'를 연상케하는 위암 투병과 비밀 결혼이라는 순애보로 전국민을 울린 故 장진영. 그의 영정 주위에는 국화꽃 대신 희고 붉은 장미꽃들이 가득 했다.

장미꽃은 고인이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꽃이다.

평소 지인들에게 장진영은 "장미의 꽃말이 참 좋다"며 "장미처럼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살고 싶다"라는 소망을 자주 내비치곤 했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지난 1년의 암 투병 과정에서도 행복했던 순간들에는 항상 장미가 있었다.

장진영은 지난 해 1월 소개로 김영균(43)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장미를 좋아하는 장진영의 마음을 알아챈 김씨는 데이트 당시 자주 장미꽃을 선물해 장진영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극진한 사랑으로 암투병 사실을 알고도 장진영 곁을 지킨 김씨는 지난 6월 14일 영원한 사랑의 징표로 결혼 프러포즈를 생각했다. 여기에도 장미꽃이 빠지지 않았다.

그는 장진영의 지인들을 주인공 모르게 초대해 깜짝 생일 파티를 열었는데, 당시 예약한 식당에 수백송이 장미꽃을 채워넣었다. 식당 벽 한 가운데에도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한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어놓아 장진영을 감동시켰다.

장진영은 장미꽃 향기를 맡으며 말없이 눈물지었고, 김씨는 이어 무릎을 꿇었다. "영원히 사랑하고 함께 하겠다. 나와 결혼해 달라"라며 준비한 커플 반지를 꺼내 장진영의 손에 끼우자 모두가 눈물바다가 됐다. 그때의 행복한 기분을 장진영은 수십여장의 사진으로 남겼다.

비밀 결혼식에서도 새빨간 장미꽃 부케가 인상적이었다고 하객들은 입을 모았다.

순백의 신부들이 보통 수국을 위주로 한 점잖은 부케를 많이 들지만, 장진영은 빨간 장미꽃만 엮어서 만든 부케를 들었다. 지난 7월 2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교회에서 조용한 결혼식을 올린 장진영은 흰 민소매 원피스에 장미꽃 부케를 손에 쥐었다. 환자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건강하고 혈색이 좋았다고 지인들은 추억했다.

소속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고인의 추모관이 마련된 경기 광주시 분당스카이캐슬 추모공원 내 납골당에 이미 장미 꽃다발을 마련해 두었다. 4일 발인하기 전 납골당 측에 연락해 장미 꽃다발과 예쁜 화분으로 추모관을 꾸며달라고 각별히 부탁했다. 은은한 국화꽃 대신 진한 장미꽃 향기를 닮고자 했던 고인의 인생과 필모그라피는 붉디붉은 열정파 여배우의 고유명사와 동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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