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3관왕(다승·승률·연승)'… 김지석이 이루나

역대 10번째, 12년 만의 '바둑기록 3관왕'은 탄생할 것인가. 올 들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김지석(20) 六단이 같은 해 다승 승률 연승 3개 부문을 독식하는 '꿈의 성적표'를 향해 착실하게 진군 중이다. 7일 현재 50승9패, 승률 84.7%에 14연승으로 3개 부문 모두 국내프로 239명 중 압도적인 선두다.

가장 위협적인 추격자는 김승재 三단. 40승11패, 승률 78.4%로 다승 승률서 모두 2위인데 김지석과는 아직 격차가 크다. 연승부문은 홍민표가 11연승에서 멈춘 후 현재 뚜렷한 새 주자가 없다. 한국기원 기록에 따르면 기록 3관왕은 김인(67년) 이후 42년 동안 단 9회에 걸쳐 4명만 배출됐을 만큼 어려운 업적이다. 67년 이전엔 연간 대국 수 부족과 자료 미흡으로 제외됐다. 고 조남철 九단의 독주시대라고 추정만 할 뿐이다.

3관왕 달성 역사는 우리 바둑계 패권의 역사인 동시에 당대 1인자들의 전성 시기, 집권 기간까지 가늠하는 자료다. 초창기엔 김인이 2회, 하찬석이 1회를 각각 작성했다. 그 뒤로 조훈현이 두 차례 대기록을 만들었고 바통을 이어받은 이창호가 4회를 기록했다.

통산 아홉 번 기록된 3관왕 등극사 중에서도 가장 화려했던 주역은 90년의 이창호. 그해 이창호는 다승 2위 유창혁을 20승 차, 승률 2위 조훈현을 7%포인트 이상 차로 따돌리며 41연승이란 국내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이창호가 88년 3관왕 등극 때 수립한 88.2%의 승률 또한 아직도 난공불락이다. 김인은 68년 40연승 포함 총 49승을 올렸는데, 그해 다승 2위 정창현, 김익영과 비교하면 무려 19승이나 앞섰다.

88년 3관왕 이창호가 그해 단 한 개의 타이틀도 못 땄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입단 3년차 '새끼 호랑이'였던 그가 만나는 적을 닥치는 대로 '도살'하던 시기. 하지만 아직 타이틀 무대까지는 이르지 못하다가 89년 바둑왕전을 통해 비로소 첫 우승컵을 안았다. 하찬석도 70년 도일 유학에서 돌아온 뒤 72년 기록부문을 휩쓸다가 이듬해(73년) 첫 타이틀인 국수를 획득했다. 94년의 이창호는 그해 3개 기록부문 독식으로 발표됐었으나 훗날 제외된 케이스. 당시엔 국제전이 포함되지 않았고, 이를 요즘 기준으로 바꾸면 다승에서 조훈현에 3승이 뒤진다는 게 한국기원의 설명이다.

23개월째 국내 톱 랭커로 군림 중인 이세돌의 이름이 안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그는 2000년과 2006년 다승 및 연승, 2007년엔 승률-연승 1위에 올랐지만 3개봉 동시 정복은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99년의 목진석(다승-연승), 2002년 조한승(다승-연승), 2003년 최철한(다승-승률), 2004년 최철한(다승-연승) 역시 2개봉 등정에 그쳤다. 양(다승)과 질(승률), 연속성(연승)을 고루 충족해야 하는 3관왕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이창호 이후 12년 만의 기록 3관왕이 눈앞에 왔지만 정작 김지석 본인은 담담한 표정이다.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타이틀 사냥에 주력하겠다. 셋 중엔 다승이 가장 탐난다"고 말한다. 김지석은 농심배와 삼성화재배 등 국제대회에 바둑리그 명인전 원익배 천원전 본선 등 연내 약 30국을 더 소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