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시절 정우성이 제일 싫어하는 말은?

정우성이 돌아왔다. 2008년 '놈놈놈' 이후 1년만이다. 영화 '호우시절'의 사랑에 빠진 평범한 샐러리맨 동하 역이다. 정우성은 8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생겼던 에피소드와 허 감독, 여주인공 메이 역의 중국 배우 고원원 등과 함께 작업한 소감을 밝혔다.

괜찮은 여자가 남친있다고 말할때 정말 기분 나빠…

상대역 中배우 애인있어 실망 그녀는 "정우성, 완벽한 남자" 허 감독과 사랑 재미있는 경험

정우성은 "마음 고생을 많이 하며 찍은 영화"라며 "이전까지 허 감독의 작업 스타일에 대해 아무도 얘기해 준 적 없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허 감독과의 사랑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이 현장에서 배우들을 많이 고민하게 하는 녹록치 않은 스타일이라는 걸 '허 감독과의 사랑'이라는 말로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호우시절'은 중국 당나라의 시인 두보의 시에서 따온 제목이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는 '호우시절'의 뜻에서 '사랑에도 때가 있다'는 의미를 표현하려 했다는 게 허 감독의 생각이다.

'호우시절'은 미국 유학시절 친한 친구였던 두 사람이 사랑인 줄 모른 채 헤어졌다 몇 년 후 중국에서 우연히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동하는 중국 출장길에 건설중장비 회사의 평범한 팀장. 메이는 '두보초당'에서 안내를 맡은 관광가이드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선 중국 현지 촬영장의 분위기를 담은 메이킹 필름이 공개됐다.

정우성은 메이킹필름 속에서 고원원에게 실제로 남자 친구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우성은 이에 대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이 괜찮은 여자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이다. 고원원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크게 실망했다. 아쉽다"고 말하며 웃었다.

고원원은 그런 정우성을 "완벽한 남자"라고 표현했다.

"영화를 찍기 전엔 정우성이 출연한 작품을 보면서 무척 쿨하고 차가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워 보였다. 말이 많지 않은 스타일 같았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근데 현장에서 실제로 만나보니 정말 재미있고 농담 잘하고 신사적이다. 일본 취재진에게서 '정우성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정말 완벽한 남자'라고 답했다."

고원원은 '한국에서 제일 멋진 남자 배우'를 묻는 질문에 "정우성도 많이 좋아하고 또…"라고 답하다가 "나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정우성의 제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정우성은 이번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의 감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갖는 일상의 제약이 있다. 여자 동창과의 사랑이라는 걸 현실속에선 경험해보지 못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모르던 일상의 가장 완벽한 행복, 일상의 찬란함을 이 작품을 통해 느꼈다."

한편, 내년 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정우성에 대해 허 감독은 "정우성씨가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독과는 다른 자신만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감독으로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몇몇 장면은 정우성의 연출적 생각이 더 영화를 좋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감독으로서의 재능에 합격점을 줬다.

정우성은 "허 감독은 공간에 표류하는 주인공이 뿜어내는 감정을 잡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 분이다. 테이크를 무척 길게 가져가는데 롱테이크의 장점을 여실히 느꼈다. 값진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다음달 8일 개봉한다.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