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 '내 사랑 내 곁에' 루게릭 환자 종우역 김명민

3개월만에 20㎏ 감량… 나중엔 100g 빼기도 벅차

"오늘 더 빠져보이네" 라는 감독의 말에 혼미하면서도 기분 좋아 영화 찍는 내내 마음 아파 … 루게릭병 인식 바꾸는 데 도움 되길

　이순신(불멸의 이순신), 장준혁(하얀거탑), 강마에(베토벤바이러스) 그리고 루게릭 환자 종우(내사랑 내곁에).

완벽주의자로 통하는 배우 김명민. 그 열정의 원천은 무엇일까? 무엇이 이 배우를 극중 캐릭터에 완벽하게 착상하게 만들까? 한번의 인터뷰로 모든 걸 알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 점이 가장 궁금했다.

"뭐랄까, 항상 절박해요. 이걸 해내야 다음 작품이 있다, 이게 안되면 나는 죽는다, 여기서 안주하면 끝이다, 이런 마음이 들거든요."

연기는 평생 풀어야할 과제라고 말하는 그는 "요즘에도 내가 너무 못하는 것 같아 짜증날 때가 있다"며 살짝 웃는다. 무명시절을 오래 겪은 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내사랑 내곁에'(감독 박진표)에서 그는 루게릭 환자 '종우'를 맡았다. 전도유망한 법학도였으나 루게릭병에 걸린 뒤 몸도 가누기 힘든 처지가 됐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투병중 만난 지수(하지원)와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나눈다.

3개월 반의 촬영 기간 동안 서서히 죽어가는 환자로 변신하기 위해 무려 20kg을 빼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정말 하기 싫었던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세상사가 뜻대로 되지만은 않은 법. 시나리오를 읽고 '이거하면 배우인생 마감하겠구나'란 생각에 손사레를 쳤지만 도망치면 칠수록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그를 잡아당겼다. 그는 그것을 '운명의 고리'라고 표현했다.

감량의 고통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권투선수처럼 한번에 확 빼는 게 아니라 서서히 빼야 했어요. 처음 10kg는 어렵지 않게 뺐지만 그 다음서부터는 100g 빼기도 쉽지 않았어요."

체중이 점점 빠지면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면서, 섬세하게 변하는 종우의 감성을 표현해야만 했다. 그러기위해 물만 먹고 하루를 버틴 적도 많았다. 촬영장에서 감독에게 '오늘 더 빠져보이네'란 말을 들으면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서도 속으로 '아싸!'하며 기분이 좋았다.

"루게릭 환자들을 많이 만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제대로 된 정보는 부족하고, 꺼리고 멀리 하려는 시선은 많고.... 이 영화가 루게릭 환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그는 요즘 후유증을 적지 않게 앓고 있다. 11kg을 회복해 63kg가 됐지만 더이상 체중이 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많이 먹으면 속이 불편하고, 최근에야 육류를 조금씩 섭취하게 됐다.

'자신을 연기의 도구로 너무 학대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한번 맡은 이상 책임을 져야 했다"면서도 "몸으로 하는 건 다시는 못할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극중에서 낯익은 배우가 아닌, 인간 김명민의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