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군사 분계선(分界線)

〈제3보〉(31~41)=이창호는 현존하는 세계타이틀을 모조리 1회 이상씩 획득해 본 유일한 기사다. 국내 무대서도 최근 '사이클링 히트' 작성을 눈앞에 두었다가 아깝게 무산됐다. 지난달 벌어졌던 물가정보배 결승서 김지석에게 패배, '완등(完登)' 기회를 뒤로 미룬 것. 하지만 그가 기록 중인 생애통산 135회(비공식 2회 제외) 우승기록은 아직도 찬란히 빛나고 있다. 스승 조훈현(157회)을 따라잡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31은 어땠을까. 좋은 자리임엔 틀림없지만 몇 수 선행(先行) 수순이 빠졌다. 참고도 4까지를 강요한 뒤 5를 차지하는 것이 정확한 수순이었다는 것. 거꾸로 36까지 선수 활용당하고 38이 놓이니 과연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것으로 '구획싸움'에선 백이 완전히 우위에 섰다. 이제 와서 흑이 '가'에 두어 '군사분계선'을 긋는 정도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

그런 뜻에서 감연히 39로 뛰어들었는데, 40이 또한 음미할 만하다. 요즘 유행어로 하자면 "그까이꺼, 살려 주더라도 나는 중앙을 더 키우겠다"쯤 돼 보인다. 흑도 내친걸음으로 41에 뛰어들었다. 여기서 첫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바둑은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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