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人)의 '작품전(戰)'

서울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장은 남화연·노재운·박윤영 등 세 명의 작가가 겨루는 치열한 격전장이다.

세 사람은 오는 10월 28일 발표되는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을 두고 한자리에서 작품을 나란히 전시하고 있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젊고 창의적인 한국 작가를 선정하는 상으로, 미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열린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구정아를 비롯해, 김범·박이소·서도호·박찬경·임민욱·김성환·송상희가 그동안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남화연의 비디오 작품 〈작전하는 희곡〉에서는 미군의 걸프전 작전명이었던 '사막의 여우'를 만난다. 대량살상 무기가 동원된 대규모 작전들이 '사막의 여우'를 비롯해 시적(詩的)인 표현으로 둔갑했던 아이러니를 드러내기 위해 작전명을 다시 연극무대 위로 올린다. '여우'나 '여왕' 같은 작전명의 코드들을 무대의 등장인물이나 무대장치, 소도구로 등장시켜 우화(寓話)했다.

노재운의 작품 〈태평양〉은 8개의 작업으로 구성돼 있다. 노재운은 "공간적 개념으로 바다를 나타내는 태평양을 주제로 가져왔다"면서 "망망대해같이 한곳에 집중하기 어려운 인터넷 환경을 상징했다"고 말했다. 현대인의 인식이 육안이라는 개인적 차원과 미디어라는 사회적 차원에서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작업 중 하나인 〈마음의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시각에 의지하지 않고 가슴으로 느끼는 영화를 꿈꾼다.

박윤영의 평면작품 〈검은 날개〉는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포개지는 중층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박윤영의 작품에는 라벨의 음악이 있는가 하면,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가 등장하고 중국의 옛 이야기가 포개진다. 그림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02)3015-3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