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숨 가쁜 공방(攻防)

〈제6보〉(64~76)=이창호는 통산 23회(비공식 2회 포함)나 세계대회서 우승했다. 2위 이세돌(12회)과 3위 조훈현(11회)을 압도하는 최고기록. 하지만 그 이창호가 2005년 이후 4년여 동안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행진이 뚝 끊겼으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2007년 마이너급인 중환배 우승을 빼면 국제대회 결승서만 8연패를 기록 중인 것. 갑작스러운 '준우승 증후군'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흑▲가 오전 마지막 착점. 그에 대응한 64는 이창호가 점심시간 60분, 오후대국 재개 후의 11분을 포함해 71분을 투입한 수다. 이 수로 참고도 1은 흑도 4까지 틀을 갖춰 쉽게 안 잡힌다. 아무튼 바둑은 죽기 살기의 노골적 백병전으로 변했다. 천하의 이창호가 야심 차게 펼친 거대한 진(陣)에 거침없이 폭파부대를 던져넣은 걸 보면 이야마의 배짱도 보통은 넘는다.

68, 70은 일관된 안형(眼形) 파괴작업. 73 단수 때 74로 자체 약점을 정비한 것도 정수다. 일단 75는 한눈에 보이는 출구(出口)인데, 여기서 76의 뻗음이 이른바 '두점머리'에 해당하는 필쟁의 급소였다. 이제 자체로 사는 길은 사라졌으며 타협의 길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흑으로선 백 포위망의 한 끝을 찢어야만 할 입장. 다음 한 수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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