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내사랑 내곁에', 다시 만난 박진표식 멜로

　영화 '내사랑 내곁에'의 주인공 종우(김명민)는 루게릭 병에 걸렸다. 온 몸의 운동 신경이 말단부터 머리쪽으로 파괴되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다. 그에겐 가족도, 희망도 없다.

종우를 극진히 간호하는 지수(하지원)는 장례지도사다. 죽은 사람의 손톱을 깎고 화장을 하고 수의를 입히는 게 그녀의 일이다.

그녀는 '돌싱녀(돌아온 싱글녀)'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이혼했다. 남자들은 시체를 만지는 그녀의 손을 더럽다고 욕한다.

종우는 그런 지수의 손을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한다. 꼼짝할 수 없는 그의 몸을 닦아주고 긁어주고 휠체어를 밀어주는 손이다.

예정된 죽음을 앞두고 둘 만의 결혼식을 올린다는 점에서 '내사랑 내곁에'는 고 장진영과 그 남편의 가슴 아픈 순애보를 떠올리게 한다.

교회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 종우와 지수는 바닷가에서 조촐한 신혼여행을 즐긴다.

백사장 스탠드 위에서 종우는 지수를 꼭 끌어안는다. 카메라는 지수의 뒷모습과 그 위에 둘러진 종우의 팔을 비춘다.

지수를 좀 더 힘주어 끌어안고 싶지만 종우의 왼팔이 말을 듣지 않는다. 종우는 오른손으로 자기 왼팔 소매를 붙잡는다. 지수를 품에서 놓치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다.

'내사랑 내곁에'는 '너는 내운명', '그놈 목소리', '죽어도 좋아'를 만든 박진표 감독의 신작이다.

특히 70대 노인의 사랑을 그린 '죽어도 좋아', 에이즈 환자의 사랑을 그린 '너는 내운명'에 이어 다시 한번 소외된 사람들의 사랑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원과 김명민, 두 남녀주인공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김명민은 이 영화를 위해 무려 20㎏ 이상을 감량했다. 박진표 감독은 김명민에 대해 "정말 독한 사람이다. 살 좀 그만 빼고 이제 좀 먹자고 주위에서 말릴 만큼 노력하는 배우"라며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해운대'를 통해 1000만 여배우의 칭호를 받아든 하지원은 그 후광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큰 폭의 연기 변신에 성공한 듯 하다. 그녀의 눈물 연기 앞에서 감정이입을 방해할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내사랑 내곁에'에는 주연 배우 두 사람 외에도 같은 6인 병실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가 곁들여지면서 죽음과 헌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혼수상태에 빠진 춘자(임성민)와 그녀를 돌보는 박근숙(임하룡)은 알모도바르의 영화 '그녀에게'를 떠오르게 한다. 근숙은 코마 상태에 빠진 춘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예쁘게 치장을 해주면서 그녀가 돌아오리란 희망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

걸그룹 '브아걸'의 손가인은 첫 연기 도전에서 대선배 김명민의 기세에 눌리지 않는 '명민함'을 보여준다. 박진표 감독은 연기수업을 받으려는 가인에게 "정형화된 연기가 아니라 내가 필요로 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며 직접 연기를 지도했다고 한다.

전작에 비해 눈물을 짜내는 극적 구성은 다소 느슨하다는 평이다. 영화는 24일 개봉한다.

< 권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