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살아도 비세(非勢)

〈제7보〉(77~92)=이야마는 현재 일본 1인자 장쉬(張??羽)와 명인 타이틀을 놓고 한창 격전을 펼치고 있다. 1국을 반 집 차로 석패한 상황에서 16·17일 양일간 2국에 임한다. 총 7번 승부서 4승을 먼저 거둘 경우 일본 메이저기전 최연소 타이틀 획득기록이 경신될 공산이 높다. 지금까지 기록은 76년 조치훈 七단(당시)이 오다케(大竹英雄)를 꺾고 왕좌에 오를 당시의 20세 5개월. 이야마는 이에 앞서 도전자 선발리그서 8전 전승으로 도전권을 획득했었다.

일본의 차세대 기린아답게 77 마늘모 행마가 정확했다. 참고1도 흑 1이 급소 같아 보이지만 지금은 8까지 전멸한다. 87까지는 쌍방 최선이자 외길 수순. 거대한 백 진영에 단신으로 뛰어들어 패(覇)도 안 내고 살아갔다. 과연 이야마의 타개 솜씨는 탄복할 만하다.

그렇다면 백이 망했을까. 그게 또 그렇지 않다. 대마를 공격하는 와중에 84 빵때림을 얻은 데다 선수(先手)까지 뽑았기 때문. 88의 틀어막음 자체가 또한 선수여서, 92까지 손이 돌아왔다. 이래선 여전히 백이 우세하다니 바둑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게임이다. 참고2도는 88이 선수인 이유를 설명해주는 그림. 이야마가 92를 보며 뭔가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