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영토 분할(分割)

〈제8보〉(93~106)=이창호의 잇단 국제대회 준우승 현상은 다음 몇 가지로 분석,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최고그룹에서 세계적인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는 점. 두 번째는 그럼에도 번번이 결승에 오르는 이창호의 실력은 역시 대단하다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최종 결승관문에서의 잇단 낙마가 '전성기 이창호'에 비하면 상대적 후퇴의 증거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 세계는 만 34세 이창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앞으로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백 △가 놓이니 한때 거대한 하변 흑진의 한쪽 울타리였던 ▲두 점이 오히려 백의 품에 갇히는 모양새다. 고심 끝에 93으로 엉거주춤 두 칸을 뛰자 백은 94로 좌변 흑 2점부터 확실히 차단하고 본다. 95와 96은 맞보기. 뒤이은 97은 요소(要所)임엔 분명하지만 98쪽이 더 급했다. 참고1도 또는 2도가 정답이었다는 얘기.

황망 중에도 101은 호수(好手)였다. 102로 103이면 102로 끊겠다는 위협인데 흑이 유력하다. 결국 106까지 사이좋게 하변을 분할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106은 23분이 투입된 이 바둑 최장고수로, 이창호가 형세를 면밀히 종합 판단하는 데 사용한 시간이었다. 흑은 과연 반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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