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미스터리

〈제9보〉(107~116)=이창호보다 한 살 아래인 중국 창하오(常昊·33) 九단은 기회 있을 때마다 "앞으로 어떤 기사도 이창호를 능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을 만큼 이창호 '숭배론자'다. 초창기 이창호에게 12연패를 당하는 등 철저히 희롱당했던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창호는 그 창하오에게 최근 3연패 포함 2007년 이후 1승 5패를 기록 중이다. 이창호는 멈추고 창하오 혼자 바둑이 늘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이런 현상은 설명이 쉽지 않다. 바둑은 이래저래 미스터리 투성이의 세계다.

107 끼움은 당연한 수. 행여 참고1도 흑 1로 욕심내는 것은 백 2란 통렬한 역습을 받는다. 12까지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결과. 훗날 백의 외곽이 강화될 경우 A로 준동하는 맛까지 남는다. 백도 110의 뻗음이 정수로, 참고2도 백 1은 흑에 4의 뼈아픈 젖힘을 허용하게 된다. 112까지 일단락.

선수를 잡은 흑은 113으로 붙여간다. 115는 물론이고 116 다음 '가'의 이음까지도 흑의 권리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발생한다. 백은 116 아닌 '나'의 곳으로 이을 수는 없었을까. 있다면 대득이다. 이창호가 그렇게 두지 않은 이유를 다음 보에서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