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성 높은 조각보·바늘방석 등 60여점 선보여

"새색시 볼을 닮은 분홍빛 천에 오색실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면 잡념이 싹 가시고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민족의 정서가 녹아 있는 규방(閨房) 공예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죠."

'공예의 도시' 청주에는 다양한 공예를 배우고 즐기는 시민들의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도자, 규방, 가구, 민화, 한지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어림잡아 3000여명의 시민들이 생활공예에 심취해 있을 정도다.

이 가운데 청주시가 운영하는 한국공예관 공예아카데미 수강생들이 모여 만든 규방공예 동아리 '땀&땀'의 활동은 특히 눈에 띈다. 매주 화요일 오전 한국공예관 4층 작업실에서는 40~50대 주부들이 숨을 죽인 채 은은하고 고운 천연염색 천에 정성 들여 바느질을 한다. 규방공예과정 이수자들이 만든 동아리 회원들이다. 규방공예는 여인들이 옷을 만들다 남은 옷감 등을 활용해 복주머니, 보자기, 골무, 실패, 바늘방석, 도장집, 조각보 등 소품을 바느질로 만드는 것.

땀&땀의 회원 수는 7명에 불과하지만 단순한 취미 차원을 넘어 예술성 높은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생활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소박한 장식품부터 기성작가 못지않은 수준급 작품까지 다양하다.

한글서체를 패션에 접목시켜 한국문화 전파사로 나서고 있는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씨도 이들의 솜씨를 인정했다. 이씨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로 나선 것도 회원들의 작품에 매료된 것이 계기가 됐다. 박안나(48) 회원은 "서양식 퀼트와 규방공예는 천조각을 이어 만드는 원리는 같지만 규방공예는 퀼트를 뛰어넘는 섬세함과 깊은 멋이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공예관 김상범 학예사는 "회원들의 활동이 기대 이상 성과를 거두고 있고 이들의 전통공예에 대한 애정이 공예도시 위상을 뒷받침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 행사장에서 천연재료로 곱게 염색한 천을 활용해 조각보, 바늘방석, 바늘주머니, 수저집, 귀주머니 등 작품 6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장에서 20일 동안 규방공예 시연회도 갖는다. 회원들은 내년에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정정숙 회장은 "이번 공예비엔날레를 통해 전통 규방공예의 멋과 청주 주부들의 매운 바느질 솜씨를 유감 없이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