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비하인드] 인도 영화 '블랙', 수입액 대비 100배 매출

'블랙' 수입액 대비 100배 매출…'발리우드 통했다'

인도 영화 '블랙'이 수입가의 100배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유니코리아 문예투자는 지난 3월 '블랙'을 단돈 5만달러(약 6000만원)에 수입했습니다. 솔직히 흥행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습니다.

'블랙'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여덟살 소녀 미셸이 사하이 선생님을 만나 세상을 향한 마음의 눈을 뜬다는 얘기입니다. 언뜻 헬렌 켈러의 실화를 떠오르게 하는 이 진부한 소재가 새로운 걸 원하는 관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고개가 갸우뚱해졌습니다.

볼리우드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정서적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또 인도에서 2005년 개봉한 영화가 4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블랙'을 본 국내 팬들도 적지 않았고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모든 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블랙'은 지난달 27일 개봉 이후 잔잔한 흥행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21일 현재 국내에서 '블랙'을 본 관객은 총 81만여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이릅니다. 누적 매출액은 약 57억원입니다.

6000만원에 수입해 57억원을 벌어들였으니 약 100배의 매출을 올린 셈입니다.

수입사인 유니코리아에 따르면, '블랙'에 들어간 총 비용은 마케팅 비용을 합쳐 약 12억원에 이릅니다.

57억원 중에서 12억원을 제외한 45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한 겁니다.

'블랙'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언니네홍보사의 임희원 부장은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눈이 다양해졌고, 블록버스터 시즌 이후 감동 코드를 찾는 관객들의 수요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해운대', '국가대표', '애자'의 틈바구니 속에서 '블랙'이 선전한 요인을 설명했습니다.

'블랙'처럼 저렴한 수입가(혹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흥행 돌풍을 일으킨 성공 사례는 여러번 있었습니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원스'(2007)가 대표적인 경우겠죠. '원스'의 수입가는 1000만원 대에 불과했지만 국내에서 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독립 영화의 기적을 이뤘습니다.

총 제작비 2억원을 들여 만든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경우도 3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19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블랙'의 수입사 유니코리아는 최근 인도 대사관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인도 영화를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은 거죠.

'블랙'의 성공에 힘입어 제3세계영화였던 볼리우드 작품을 한국에서 만날 기회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