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의 시네마 업데이트] '마이 시스터즈 키퍼'

죽음보다 더 깊은 가족 간의 갈등과 사랑

올 초에 우연히 조디 피콜트의 소설 '쌍둥이별'을 읽었다. 인터넷 서점을 뒤지다가 사게 됐다. '맞춤 아기로 태어난 12살짜리 소녀가 부모님을 고소한다'는 한 줄짜리 줄거리는 눈에 번쩍 띌 만큼 신선했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상당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설정이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흥미진진하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 '노트북'의 감독 닉 카사베츠가 연출을 맡고, 카메론 디아즈와 '미스 리틀 선샤인'의 꼬마 애비게일 브레슬린 주연으로 영화화되고 있었다. 판타지나 스릴러, 호러 장르 걸작들의 영화화 못지않게 나는 이 소설의 영화화를 은근히 기다렸던 것 같다.

세상 많은 부모들의 사랑의 결실 또는 실수가 아니라 계획적으로 태어난 안나(애비게일 브레슬린). 백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에게 태어나는 순간 완벽한 기증자가 된 안나는 제대혈,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등을 언니에게 줘왔다. 그런데 12살 때 승률 90%를 자랑하는 변호사 켐밸(알렉 볼드윈)에게 찾아가 '내 몸의 권리'를 주장하고 부모에게 소송을 건다. 전직 변호사였던 엄마 사라(카메론 디아즈)는 딸 케이트를 살리기 위해 또 다른 딸 안나를 상대로 법정에 선다.

'마이 시스터즈 키퍼'의 가족은 인간의 존엄과 가족의 의미 사이에서 커다란 도전과 시험을 받는다. 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길수록 또 다른 딸의 삶의 질은 종이장처럼 얇아져 간다. 언니를 위해 기증을 하면 동생의 삶은 저당 잡힌다. 그러니 몸의 권리를 찾는 건 정당하지만 기증을 거부하면 죽어가는 언니를 지켜봐야 한다. 어느 한쪽만을 위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 받을 수 없는 상황. 영화는 원작이 그랬듯 가족 모두에게 각자의 내레이션을 부여하며 그들 내면의 소리를 꺼내 보인다. 원작을 비교적 매끄럽게 각색한 감독 닉 카사베츠는 그들의 고통스런 삶의 과정과 세월을 눈물과 이해로 위로한다. 좀 더 첨예하고 깊이 있게 다룰 문제를 너무 상냥하고 우아하게만 다독인 면이 없진 않지만.

병에 걸린 아이로 인해 행복을 잃은 가족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도 아픔은 많다. 안나의 사건을 맡은 판사는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변호사도 몸이 아픈 인물로 등장한다.

모두들 상처투성이다. 실제로 3년 동안 10번이 넘는 대형수술을 한 아이의 엄마였던 원작자 조디 피콜트가 바라본 세상이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의외의 반전을 선사한 원작의 결말과 자연스러운 결말을 선택한 영화의 결말은 전혀 다르지만, 상처를 억지로 봉합하는 대신 시간과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자세는 같다. 그것 외엔 다른 어떤 치료법이 있을 지 생각나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