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영웅은 어쩌다 악귀가 됐을까

짐(크리스천 베일)은 걸프전에 수색대원으로 참여했고 적을 무참히 살해한 전과로 유명한 군인이었다. 제대 후 LA로 돌아왔으나 그는 종종 전쟁의 악몽을 꾼다. LA 경찰에 지원했으나 떨어진 그는 친구 마이크(프레디 로드리게즈)와 함께 어울리며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그가 원하는 자리를 얻기란 쉽지 않다. 술과 대마초와 불평으로 얼룩진 어느 날 그는 콜롬비아 마약밀매단을 소탕하려는 미 국토안보부 작전에 참가하게 된다. 짐과 마이크는 멕시코로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하쉬타임'은 선전 문구처럼 장쾌한 액션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리스천 베일을 미끼 삼아 관객을 낚으려는 졸작도 아니다. 평범했던 미국 청년이 낯선 곳에서 전쟁을 겪고 돌아와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이자 메시지다.

미국은 20세기 내내 다른 나라의 전쟁에 개입(또는 지원)하며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굳혀 왔고, 그 사실은 미국 예술 창작가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 영화로 데뷔한 데이비드 에이어(41) 감독은 이 영화 시나리오를 10년 전쯤 썼다고 한다. 영화의 발단은 걸프전이며 촉매는 화요일 출근시각에 벌어진 세계무역센터 테러이겠다(이 영화의 미국 개봉은 2006년이었다).

'다크 나이트'와 '터미네이터'의 영웅은 이 영화에서 입만 열면 욕을 해대고 흑인 억양을 흉내 내는데, 수퍼 히어로와 인류 영웅의 잔영 때문인지 영 어색하다. 우연히 성능 좋은 총 한 자루가 생긴 주인공이 파멸에 이르기까지 긴장의 완급을 조절하는 연출 솜씨는 꽤 좋다. '순둥이 크리스천 베일은 왜 악귀가 됐나'가 이 영화의 주제라면 순둥이 시절 묘사가 너무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