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파격'이 있었다 사진은 '예술'이 되었다

사진은 사람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사물에 대한 인식이 사진 이미지를 통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은 또 눈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현상을 드러내면서 특별하게 보는 방법을 제공해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다.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세기 사진의 거장전》은 현대사진의 예술성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 보여준다. 이 전시는 1920~1940년대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아방가르드(전위예술) 사진가 그룹을 다루고 있다. 앙드레 케르테츠를 비롯해 브랏사이·만 레이·드니즈 콜롱·로베르 두아노 등 18명의 중요 작품 18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 총감독인 신수진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프랑스 국공립미술관연합이 소장한 문화유산급 사진 작품 데이터베이스에서 수만장을 검색해 작품을 골랐다.

 

현대 사진기법들은 대부분 이 시대 작가들에 의해 시도됐던 실험들이다. 그런 면에서 앙드레 케르테츠(1894~1985)는 아방가르드 사진의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케르테츠를 두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이미 케르테츠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케르테츠의 〈우울한 튤립〉은 아름답고 싱싱한 꽃을 사진에 담았던 관습을 뛰어넘어 튤립의 형태를 구부려 우울한 정서를 붙였다. 사진가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표현성을 보여준 것이다. 근대 최고걸작으로 꼽히는 〈몬드리안의 집〉은 몬드리안의 작품세계를 사진으로 형상화했다. 밝음과 어두움, 평면성과 원근적 공간감을 긴장감 속에서 탁월하게 표현했다. 〈포크〉는 평면 회화의 미니멀리즘처럼 극도의 절제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림자가 드리운 포크는 사진이 포착한 순간의 아름다움과 함께 관람객을 명상으로 이끈다.

브랏사이(1899~1984)는 거리를 돌아다니고 카페와 공원을 지나다 포착한 거리의 리얼리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매일 같이 이뤄지는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비범한 시각을 발견할 수 있다. 브랏사이는 "창조의 순간은 우리가 주제를 선택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만 레이(1890~1976)의 〈카사티 후작 부인〉은 초점이 크게 흔들린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과 환상을 보는 두 개의 눈을 말하고 있다. 〈레이오그래프〉는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색다른 시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로저 패리(1905~1977)의 〈파리 노트르담 성당〉은 성당 지붕에서 빗물을 토해내는 악마상의 관점을 매개의 초점으로 삼았다. 사진가의 시선으로 조각상을 바라볼 수 있고, 악마상의 시선으로 파리를 내려다볼 수 있다. 시선이 이어질수록 사진의 프레임이 점차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완다 율츠(1903~1984)는 〈나와 고양이〉라는 자화상에서 자신과 고양이의 얼굴을 합성해 인상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로선 파격적인 이미지 합성이었다.

당시 파리를 주무대로 활동했던 세계적인 예술가와 유명인을 찍은 코너도 흥미롭다. 브랏사이 등은 피카소·마티스·칼더·샤갈·에른스트·자코메티·헨리 밀러·사르트르·에디트 피아프·히치콕 등의 모습을 담았다. 전시는 10월 29일까지. 입장료 5000~9000원. (02)325-1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