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펀드, 푸르다고 다 '녹색'은 아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펀드 관련 세제들도 포함되면서 펀드 절세전략 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환경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이른바 '녹색펀드'에 대해 세제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펀드 관련 세제혜택 중 유일하게 신설된 제도가 녹색펀드에 대한 세제지원이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새로운 녹색펀드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녹색기술 인증이 까다로워 실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녹색펀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투자하기 전에 꼭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녹색펀드 세제혜택에 신상품도 출시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1인당 연 3000만원 한도로 3년 이상 녹색펀드에 투자하면 300만원 한도 내에서 투자금액의 1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배당수익 등 배당소득도 비과세된다. 이 같은 내용은 향후 국회 의결을 거치면 바로 확정돼 시행된다. 따라서 녹색펀드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내 기업들에 투자하는 녹색펀드들은 대부분 작년이나 올해 설정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한국운용의 '한국투자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1(주식)(A-e)'이 3개월 수익률 28.5%로 가장 좋았다. 미래에셋맵스운용의 '미래에셋맵스그린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A'(27.68%)와 트러스톤운용의 '트러스톤칭기스칸MKF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A클래스'(26.45%) 등도 국내주식형펀드 3개월 평균 수익률(22.53%)을 앞섰다. 설정 이후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는 지난 3월 말 설정된 흥국운용의 '흥국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C-w'(32.06%)였다.

블랙록자산운용은 최근 세계 녹색성장주에 투자하는 '블랙록뉴에너지증권투자신탁'을 내놓았다. 외국에서 설정된 역외 펀드에 100% 투자하는 재간접 형태의 상품이다. 역외 펀드는 2001년 룩셈부르크에서 설정된 블랙록뉴에너지펀드다. 4조3000억원 규모로, 관련 펀드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

◆현재로선 세제혜택 못 받을 펀드 수두룩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녹색펀드들은 세제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녹색펀드가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선 투자대상 기업이 정부로부터 녹색기술·녹색프로젝트 인증을 받아야 한다. 또 펀드 전체 순자산의 60% 이상을 이들 기업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녹색 인증 대상에서 대기업을 제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녹색기술 인증을 받기 위해선 매출액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이 녹색 산업에서 나와야 하는데 매출이 많은 대기업보다 중견기업 위주로 선정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연구원은 "대기업들이 인증에서 제외되면, 펀드 입장에선 중·소형주에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투자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며 "투자하기 전에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녹색펀드인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나와 있는 녹색펀드 대부분이 삼성전자·LG화학·현대차·포스코 등 녹색과 큰 상관 없는 대기업 주식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녹색펀드 신상품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투자자 관심도 뜨겁지 않다. '녹색'을 달고 나온 펀드는 13개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돈이 가장 많이 몰린 펀드가 200억원 정도이며 나머지는 100억원, 심지어 1억원도 안 되는 펀드가 수두룩하다.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녹색펀드 중에는 해지 위기를 맞은 경우도 있다. 지난 2007년 8월 선진국 신·재생에너지 바람을 타고 설정됐던 플러스자산운용의 '글로벌신재생에너지주식투자신탁'은 설정 당시 100억원에서 2억원으로 규모가 쪼그라들어 정상적 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오는 25일 해지할 예정이다. 이수진 제로인 펀드연구원은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주로 유럽에 있는데 그곳에선 한 차례 대체에너지 붐이 지나갔다"며 "해외기업 투자 펀드는 세제혜택 대상에도 들지 못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