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출구 전략(戰略)

〈제12보〉(147~171)=전쟁에서 승리가 결정됐을 때는 미적거리지 않고 신속히 철군(撤軍)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동안 뿌려놓았던 각종 장치를 정리하는 적절한 타이밍을 골라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른바 '출구 전략'의 기본개념. 요즘엔 군사 쪽보다 경제용어로 둔갑해 버렸다. 하지만 바둑만큼 이 용어가 딱 들어맞는 게임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번 보(譜)는 이창호가 바둑판을 통해 설명하는 완벽한 '출구 전략' 강좌물이다.

현재 형세는 소위 반면(盤面) 승부. 흑 6집 반 공제(控除)가 없다면 빠듯한 계가란 뜻이다. 백이 막 Δ에 붙여갔다. 147 때 참고도 1, 3을 둘 생각이었을 텐데 손을 빼 148로 침입한다. 흑 4~6 선수 후 8이 워낙 크다고 보고 생각이 바뀐 것. 148은 무려 12집짜리였다. 152도 일종의 '출구 전략'으로, 백 '가' 때 흑 '나'로 느는 맛이 성가시다.

흑이 157, 159로 끈덕지게 버텨오자 백은 팻감 부족을 감지하고 다시 164로 안전운행한다. 170 때 흑이 패(覇)를 만들어 마지막 반전을 노렸지만 182까지 바꿔치기가 이뤄졌다. 백은 털끝 하나도 손해 본 것이 없다. 182로 승부 확정. 이후 202수까지의 '군더더기 수순'은 총보로 넘긴다. (163…157, 17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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