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오기(傲氣)다툼

〈제1보〉(1~19)=박영훈은 재주는 물론이고 쾌활한 성격까지 갖춰 누구나 좋아하는 인기스타. 낙천적 기질 때문에 아침 늦게까지 꿈나라를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팬들은 그의 그런 습관까지도 사랑한다. 1회전 때 5분여를 지각, 가벼운 소동을 빚었던 박영훈이 오늘은 일찌감치 자리했다. "대국 40분 전에 전화를 넣었더니 받더군요. 덕분에 오늘은 참 편해졌죠." 기원 직원이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왕하오양(王昊洋)이 홀짝을 맞추자 망설임 없이 백을 선택한다. 덤이 6집 반으로 늘어난 이후부터 백을 선호하는 기사 비율도 만만치 않게 높아졌다. 백 6에 이례적으로 9분 가까이 장고했다. 9, 10을 교환한 뒤 11로 호구친 것은 다음 '가' 이하 '라'까지 부호 순으로 판을 짜 가겠다는 뜻. 하지만 왕하오는 노타임으로 12의 변화구를 던져왔다. 백 6을 놓을 때 이 코스를 그렸던 모양이다.

흑도 13은 당연한 반발. 17은 현재 배석 상 '마'로 귀를 살리는 것보다 이처럼 상변을 키우는 게 옳다. 18로는 참고도가 정석이건만 10분 뒤 왕하오양의 선택은 18의 변칙 협공이었다. 여기서 박영훈도 꿈틀했다. 9분의 숙고 끝에 19라는 기상천외한 헤딩을 들고 나온 것.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오기 다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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