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뒤에… 펀드 보고서 '숨은 정보 찾기'

펀드 가입자들은 보통 분기에 한 번씩 판매사에서 보내주는 '자산운용보고서'를 받아 본다. 최근 보고서를 받아 본 대부분의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은 내심 흡족했을 것이다. 주가 상승으로 주식형펀드의 수익률도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수익률만 좋다고 해서 자신의 투자가 성공한 것일까. 상당수 투자자는 펀드 운용보고서의 수익률 정도만 확인하고 만다. 하지만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왕에 하는 투자, 운용보고서에 숨겨져 있는 1인치까지 활용해 보자.

①펀드에 돈이 들어오고 있을까, 재산현황에서 '총 발행증권 수' 살펴라

좋은 펀드를 평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잣대가 있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자금 유·출입 여부다. 좋은 펀드일수록 돈이 몰리고, 나쁜 펀드일수록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순리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꾸준히 투자자금이 들어오는 펀드가 좋은 펀드라고 할 수 있다.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지를 따지려면 설정액을 살펴보면 된다. 설정액은 투자자들이 펀드에 돈을 집어넣은 투자원금을 말한다. 펀드 운용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나 손실을 포함한 순자산과 구분된다. 요즘처럼 증시가 급등할 때는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더라도 수익이 크게 발생해 순자산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유·출입 여부를 따질 때는 설정액을 참조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펀드 운용보고서에는 설정액이란 표현이 나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때는 재산현황에서 '총 발행(수익)증권 수'를 참조하면 된다. 지난 7월에 작성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투자회사(주식)'의 운용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4월 5일~7월 4일까지 이 펀드의 총 발행수익증권 수는 1조7453억6100만좌(座)에서 1조6578억3100만좌로 5.02% 감소했다. 보통 1좌는 1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펀드는 지난 3개월 동안 설정액이 5% 정도 줄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다만 최근엔 펀드의 자질과 무관하게 원금이 회복된 펀드 위주로 돈이 많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펀드 평가시 자금 유·출입 여부 외에 다른 요소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②내 펀드 얼마나 잘했나, 벤치마크(비교지수)와 견줘 봐야

올 들어 국내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주식형펀드의 수익률도 급상승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주식형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약 54%로, 어지간하면 올 들어 40~50%대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다 선전한 것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얼마나 잘했는지를 객관적으로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운용보고서에 나와 있는 벤치마크(비교지수)와 비교해 보도록 하자. 벤치마크는 펀드 설정 시 '이 정도 수익은 내겠다'고 정한 목표 수익률이기 때문에 수십% 수익을 냈다 하더라도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펀드 성적이 신통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일반 주식형펀드의 경우 대개 코스피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펀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벤치마크를 알아보려면 대개 운용보고서의 수익률 항목을 살펴보면 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주식)' 같은 경우 코스피지수를 비교지수로 삼는다. 이에 비해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A1호(주식)'는 코스피지수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9:1의 비율로 합산한 수치를 비교지수로 사용한다.

③내가 무는 비용 얼마나 될까, 보수 외에 '총보수·비용 비율'(TER)을 따져라

투자자들이 펀드를 운용, 관리해 주는 대가로 판매·운용사 등에 지불하는 비용은 크게 일회성인 수수료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보수로 구분된다. 수수료와 보수는 펀드에 가입할 때 클래스별로 명시돼 있다. 이렇게 수수료와 보수만 떼 주면 나머지는 다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것일까.

수수료와 보수는 펀드운용·관리에 대한 노력의 대가로 판매사와 운용사 등이 가져가는 몫이다. 하지만 펀드를 운용하다 보면 주식을 사고팔 때 증권회사에 지불하는 주식 매매·중개수수료를 비롯해 펀드회계감사비용, 인쇄비 등 갖가지 운용·관리비용이 들어간다. 이 또한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이처럼 보수와 각종 운용·관리비용을 총 망라해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을 표시해 놓은 것이 '총보수·비용비율(TER·Total Expense Ratio)'이다. TER은 보수·관리비 등을 포함한 총 비용을 펀드의 순자산으로 나눠서 구한다. 즉, 현재 펀드의 자산 평가액이 100억원인데 TER이 3%라면 실제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97억원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TER은 운용보고서의 비용 항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식형펀드에서 보수를 제외하고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비용은 주식 매매·중개수수료다.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펀드는 그만큼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더구나 내년부터 공모펀드에 대해서도 0.3%의 거래세가 부활하기 때문에 매매회전율이 높은 펀드는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진다. 금융투자협회는 공모펀드에 대한 거래세 부활로 투자자들의 비용 부담이 0.8%포인트(2008년 기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자신의 펀드가 얼마나 자주 주식을 사고파는지는 '매매회전율'(정해진 운용기간에 팔아치운 주식 금액을 보유주식 평가액으로 나눈 것) 항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