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살 빼고 살 찌우고...고통-엽기 연기 스타들

영화배우 김명민의 초특급 살빼기가 화제다. 김명민은 영화 '내사랑 내곁에'에 루게릭 환자 종우로 출연하면서 3개월만에 20㎏을 뺐다. 김명민의 연기에 대한 집념, 작품 속 인물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엄청난 고통이 뒤따르는 건 당연지사. 그러나 김명민만 그런 게 아니다. 많은 배우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기꺼이 자기 몸을 희생한다. 체중을 늘리거나 줄이고, 스턴트맨 못지 않은 액션연기를 하고, 혐오식품을 먹기도 한다. 작품 캐릭터와 하나되기, 이른바 메소드 연기다. 작품을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감수한다.

리얼리티 살아야 작품이 산다…'이 한 몸 쯤이야~'

초특급 '살과의 전쟁'…배우들 몸은 고무줄?

김명민 20㎏ 감량…설경구 28㎏ 늘려 하지원, 현역 선수와 난타전하다 실신

▶체중 조절...캐릭터와 하나되기

배우가 작품 속 인물과 동화되는 방법 중 하나가 체중 조절이다. 시각적으로 금방 표시가 나 효과적이다. 국내에서는 연기파 배우 설경구가 '고무줄 체중'의 일인자다. 설경구는 영화 '역도산' 때 프로레슬러를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28㎏이나 늘렸다. 이어 '공공의 적', '사랑을 놓치다' 등에서는 평소 체중에서 10㎏ 가량 줄였다. '그놈 목소리'와 '강철중 : 공공의 적1-1'에서도 마찬가지다. 키 1m75인 설경구는 60㎏대 초반 말라깽이에서 90㎏대 후반 뚱보까지 자유자재로 변신했다. 그것도 대개 보름 혹은 한달만에 살을 뺐다.

스포츠영화 '킹콩을 들다'에 소녀 역사로 출연한 조안은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늘렸다. 조안의 평소 체중은 45㎏. 그런데 여자 역도의 최저 체중은 48㎏이다. 그래서 체중을 일단 7㎏ 늘려 52㎏까지 찌웠다. 이혜은도 데뷔 초 영화 '코르셋'에 속옷 디자이너로 출연하며 48㎏에서 65㎏으로 찌웠다가 살을 뺐다.

이런 사례는 많다. 유지태는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23㎏이나 몸을 불렸고, 류덕환은 '천하장사 마돈나'에 씨름선수로 출연하며 27㎏을 늘렸다. 할리우드 톱스타 르네 젤위거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32세 노처녀로 출연하며 15㎏이나 몸을 불린 것도 유명하다.

그런데 꼭 살을 줄이거나 빼야 하는 걸까. 영화 '국경의 남쪽'에 탈북자로 출연하며 12㎏을 감량한 차승원의 말은 시사적이다. 차승원은 당시 "온갖 고생 끝에 남한에 온 탈북자 청년 역할이었다. 그런데 얼굴에 살집이 있고 부유해 보이면 안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피 말리는 살과의 전쟁

체중 조절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특히 단기간에 10㎏ 이상 늘리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살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경천동지할 비법이 있는 게 아니다. 살찌는 음식을 먹거나, 마냥 굶거나, 입에서 단내나도록 운동하는 것이다.

설경구의 고백은 눈물겹다. 거의 자기 학대 수준이다. 살을 찌우기 위해서 하루 5, 6끼씩 먹는다. 튀김, 탄수화물, 육류, 라면을 골라 먹는다. 술 취해서 자기도 한다. 살을 뺄 때는 굶는 게 최선이다. 보름만에 18㎏을 뺀 적도 있다. 정 배고플 때는 오이나 두부를 먹고, 밥을 반 공기쯤 먹은 후 물을 왕창 마셔 배를 채우기도 한다. 운동도 필수다. 아침에 일어나 스포츠센터에서 2시간 가량 운동하고, 오후에는 구기종목으로 땀을 뺀다. 밤에는 한강변을 뛰고, 일산에서 충무로까지 매일 6시간씩 걸은 적도 있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운동장을 달리다 지쳐 쓰러진 일화도 전해진다.

조안은 초콜릿과 라면으로 살찌우기를 시작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바벨 훈련도 하루 5시간 이상 소화했다. 너무 힘들어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고생했다. 역시 '킹콩을 들다'에 코치로 나온 이범수는 바나나와 물만 먹으며 몸을 만들다 코피를 쏟았다. 설경구는 고지혈 증세로 고생했고, 류덕환은 무릎통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리얼리티 살아야 작품이 산다

배우들이 작품 속 인물과 하나가 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작품의 리얼리티를 위해서다. 물론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배우들의 각오에서는 절박함마저 묻어난다. 김명민은 "이게 안 되면 나는 죽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이것만이 살 길이라는 일념으로 끝까지 싸운다"고 털어놨다. 차승원은 "부르주아 냄새를 지워야 했다"고 설명했다.

리얼한 연기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여배우로 하지원이 으뜸이다. 액션연기를 마다하지 않는 하지원은 영화 '1번가의 기적'에서 여자 복서로 출연했다. 이때 3개월 동안 체육관에서 윗몸일으키기, 줄넘기부터 '반짝치기'(쉬지 않고 강하게 샌드백치기), 섀도 복싱까지 전 과정을 실제 선수들과 똑같이 소화했다. 링 위에서는 현역 선수와 직접 난타전을 벌여 실신하기도 했다. 하지원은 "부모님이 걱정돼서 이젠 그만하라고 말씀하신다"고 털어놨다.

정유미는 '차우'에서 애벌레를 직접 먹는 엽기 체험을 했다. 애벌레가 아침 반찬으로 나온 장면이었다. "직접 안먹어봐서 느낌이 안 살았다"고 말한 후 재촬영하면서 진짜로 애벌레를 씹어야 했다.

배우들의 이런 고충은 정반대 경우를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푸치니의 걸작 오페라 '라보엠'에서 폐병에 걸려 죽는 미미 역으로 뚱뚱한 소프라노가 출연했다가 관객들의 야유를 받았다는 일화다.

　▶몸이 재산...보험에 들기도

스타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하면서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 이에 대비해 상해보험에 드는 사례가 늘어났다. 액션물이 대부분이다.

고 장진영은 드라마 '로비스트'를 촬영하면서 10억원대의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로비스트'는 극중에서 폭발, 총격 장면이 이어졌는데 고인은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연기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촬영하면서 진짜 사격을 했고, 실제 폭발물이 설치된 상황에서 차량 폭파 장면을 찍었다.

장동건과 이정재는 액션영화 '태풍'을 촬영하면서 15억원의 보험에 들었다. 임수정도 '각설탕'에 출연하며 15억원짜리 보험에 가입했다. '야수'의 권상우와 유지태, '태극기 휘날리며'의 원빈,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도 3억~5억원의 보험에 가입했다. 국내에서 배우가 상해보험에 가입한 것은 영화 '테러리스트'(95)의 최민수가 처음이다. 당시 최민수를 비롯한 스태프 50명은 최고 5000만원까지 보장되는 보험에 가입해 화제가 됐다.